계곡물 속 첨벙첨벙, 강릉의 시원한 속살을 걷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00:03

업데이트 2022.08.0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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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계곡바우길은 강원도 강릉 부연동계곡과 양양 법수치계곡을 넘나드는 트레일이다. 대부분 물속을 걸어야 하는 오지 계곡이어서 숙련된 산꾼과 함께 걷길 권한다. 지난 7월 30일 ㈔강릉바우길이 주최한 ‘주말 다 함께 걷기’ 참가자들이 계곡을 걷는 모습.

계곡바우길은 강원도 강릉 부연동계곡과 양양 법수치계곡을 넘나드는 트레일이다. 대부분 물속을 걸어야 하는 오지 계곡이어서 숙련된 산꾼과 함께 걷길 권한다. 지난 7월 30일 ㈔강릉바우길이 주최한 ‘주말 다 함께 걷기’ 참가자들이 계곡을 걷는 모습.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걷기여행 마니아는 피서객 들끓는 바다가 아니라 계곡으로 간다. 식당과 펜션이 몰려 있는 유원지가 아니라 인적 뜸한 오지를 찾아가 첨벙첨벙 계곡물을 걷는다. 계곡 트레킹은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이색 레저다. 강원도 깊은 산중에 계곡 트레킹 명소가 많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7월 30일 ㈔강릉바우길이 주최하는 ‘계곡바우길’ 걷기 행사에 합류했다. 관광객 들끓는 강릉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적한 무릉도원을 온몸으로 느꼈다.

산·바다·도심 두루 누비는 17개 코스

계곡바우길에는 이정표가 많지 않다. GPS와 지도를 보고 걸어야 한다. 이따금 숲길도 나온다.

계곡바우길에는 이정표가 많지 않다. GPS와 지도를 보고 걸어야 한다. 이따금 숲길도 나온다.

제주도에 제주올레가 있다면 강릉에는 강릉바우길이 있다. 산과 바다, 호수와 도심을 두루 누비는 17개 일반 코스가 제법 알려졌다. 특별 코스도 있다. 100㎞에 이르는 ‘울트라바우길’, 평창 겨울올림픽 때 생긴 ‘올림픽아리바우길’이 대표적이다. 한여름에 제격인 ‘계곡바우길’도 있다. 강릉시내서 멀찍이 떨어진, 부연동계곡과 양양 법수치계곡에 걸친 코스다. 워낙 깊은 골짜기여서 과거 전쟁이 난지도 몰랐다는 동네다.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은 “외국 유명 트레일에서도 이렇게 멋진 계곡을 못 봤다”며 “계곡 바우길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강원도다운 길”이라고 소개했다.

계곡바우길은 20.5㎞다. 내리 이틀을 걸어야 한다. 길이 험하고 대중교통 접근도 쉽지 않아서 숙련된 산꾼과 동행해야 한다. 1년에 딱 한 번 진행하는 계곡바우길 걷기 행사를 학수고대한 이유다. 7월 30일, 하루짜리 단축 코스를 걸었다.

계곡가에 피어 있던 물봉선화.

계곡가에 피어 있던 물봉선화.

오전 8시, 강릉바우길 사무국 앞에 32명이 모였다. 버스 두 대를 나눠타고 출발. 7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다가 오대산 쪽으로 들어갔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법수치계곡 대승폭포. 기념사진 찍은 뒤 본격 산행에 나섰다.

완만한 임도를 30분 걸으니 계곡에 닿았다. 바위투성이 비탈이어서 길이 없었다. 지체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정강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꿉꿉했는데 단숨에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한데 바닥이 미끄러워 자세가 불안했다. 계곡바우길만 네 번째라는 김경연(56)씨가 요령을 알려줬다. “스틱을 안정적으로 디뎌놓은 뒤, 이끼가 많은 큰 돌 대신 자갈을 밟으세요.” 한결 걷기가 편했다.

등산 스틱·등산화·여벌 옷 꼭 준비해야

계곡 트레킹은 접지력 좋은 신발과 등산스틱이 필수다.

계곡 트레킹은 접지력 좋은 신발과 등산스틱이 필수다.

법수치계곡은 양양에 있고 부연동계곡은 강릉에 있지만 물줄기는 같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발원한 물이 부연동을 거쳐 법수치로 합쳐진 뒤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을 이룬다. 가을이면 연어가 돌아오는 그 물이다. 그러나 연어도 이런 오지까지 들어오진 않을 테다. 출발지점만 해도 펜션이 보이고 전화 신호도 잡혔지만 곧 인적도 신호도 끊겼다.

점심시간, 챙겨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집채만 한 배낭을 멘 참가자도 있었는데 가방 속에 얼린 우유가 들어있었다. 즉석 팥빙수를 만들어 나눠 먹었다. 달콤한 빙수 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식사를 마치고 소(沼)에서 물장구치며 놀았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천렵(川猎)을 즐기는 이도 있었다.

수심이 깊은 구간은 자일을 붙잡고 건넌다.

수심이 깊은 구간은 자일을 붙잡고 건넌다.

다시 몸을 일으켰다. 수십번 계곡을 좌우로 넘나들었고 이따금 산길도 걸었다. 허리까지 잠기는 깊은 물도 나왔다. 바우길 사무국에서 준비한 자일을 붙잡고 간신히 건넜다. 부연동계곡으로 들어서자 삼삼오오 걷는 이들이 보였다. 야영 장비를 짊어진 백패커도 보였다. 김영기(40)씨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안 무섭죠”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어느새 도착지점이었다. GPS 앱을 보니 약 8㎞를 걸었다. 버스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계곡물에 몸을 푹 담갔다. 땀이 다 씻겨 나갔다. 참가자 가운데 외국인도 있었다. 강릉원주대 리스 랜달(29, 남아공) 초빙교수는 “깊고 고요한 계곡에서 물속을 걸으며 마음에 평화를 누렸다”며 “트레킹을 즐기는 강릉 사람들과 어울려 걷는 경험도 특별했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계곡바우길

계곡바우길

계곡바우길은 숙련된 산꾼과 함께 걷길 권한다. 등산 스틱, 여벌의 옷과 등산화를 꼭 챙기고 식수와 간식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걷기 전에 강릉바우길 사무국으로 연락해 자세히 길 안내를 받는 게 좋다. 바우길 홈페이지에서 지도와 GPS를 내려받을 수도 있다. 강릉시 유천동에 자리한 여행정보센터 ‘강릉수월래’에 바우길 사무국이 있다.

버들치 사는 삼척, 포항엔 폭포 12개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 제2용소. [중앙포토]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 제2용소. [중앙포토]

산행 경험이 많지 않아 계곡바우길 도전이 쉽지 않다면 다른 계곡으로 눈을 돌려보자. 여름에 가볼 만한 계곡 트레킹 코스가 의외로 많다.

먼저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 응봉산(999m) 기슭에 흐르는 13㎞ 길이의 계곡이다. 안전 때문에 용소골 마을 입구에서 제 2용소까지 2.5㎞만 개방한다. 코스는 짧지만 재미있다. 밧줄 잡고 절벽을 기어오르고 징검다리도 건넌다. 얼음장처럼 찬물도 첨벙첨벙 걷는다.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가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도 계곡 트레킹 명소다. 방동약수를 들머리 삼아 6㎞쯤 임도를 걷다 보면 조경교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진동1리 농촌체험학교까지 계속 계곡을 끼고 걷는다. 수시로 물을 넘나들어야 해서 여분의 신발과 옷을 준비해야 한다. 전체 길이가 약 12㎞다.

남부지방에는 경북 포항 내연산이 있다. 보경사를 출발해 계곡을 따라 약 13㎞를 걸으면 그림 같은 폭포 12개와 기암괴석을 만난다. 산 정상 삼지봉(711m)을 올라도 되고, 계곡을 따라 걸으며 경상북도수목원까지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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