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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내역 보면 신용 보인다? 통신3사 신용평가 진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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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사상 처음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통신비 납입 내용 같은 비(非)금융정보를 활용,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다.

통신 3사와 SGI서울보증,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4일 전문개인신용평가업에 진출하기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개인신용평가업은 기존의 금융 거래에 따른 개인신용정보가 아닌 통신·전기·가스 등 요금 납입 내용이나 온라인쇼핑 기록 등 비금융 정보를 수집·평가해 그 결과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통신 요금을 연체한 이력이 없으면 신용평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하는 식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합작법인은 사업을 주도하는 SKT·KT·LG U+가 각각 26%의 지분을, SGI서울보증과 KCB가 전략적 투자자로서 각각 11%의 지분을 출자해 만든다. 현재 5개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고, 승인 절차가 끝나면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년에 신용평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비스 경쟁에 날을 세웠던 통신사들이 함께 ‘신용평가사’(CB·Credit Bureau)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통신 3사는 “대학생, 주부 같은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이 별로 없는 사람)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씬 파일러는 상대적으로 카드 발급이나 대출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통신비나 소액 결제 내용 등을 신용평가의 근거로 활용하면 씬 파일러의 금융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프리미엄 요금제나 휴대폰 소액 결제 기능 등을 쓰고 있다면 연간 백만원 단위의 금액을 통신사에 납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이자를 낮출 수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통신사가 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신용 평가 서비스에 나선 건 이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어서다. 대안 신용평가는 금융 약자 보호라는 취지 아래 확산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모형에서 카카오택시 탑승 이력과 카카오페이 이용 내용을 반영한다.

씬 파일러 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도 한몫한다. 국내 씬 파일러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80만명으로 전체 금융거래 고객의 약 25% 수준이다.

비금융 데이터가 대출 사기를 판별하는 정보로도 쓰인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금융) 기업 피플펀드는 대출 상담자의 목소리 높낮이와 쓰는 단어를 분석, 지표로 쓴다. 대출 사기 목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설명을 흘려듣거나 심사를 빨리 끝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3사가 힘을 합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최초의 사례인 만큼 ESG가치 실현,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을 목표로 합작법인을 성공적으로 설립하겠다”며 “비금융 신용평가서비스를 통한 금리 인하의 효과를 많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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