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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잇단 설익은 정책…여당서도 “장관들 소통 안 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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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학기 학교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 발표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학기 학교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 발표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국회에서는 ‘학제개편 철회하라’는 손팻말을 든 학부모 50여 명이 야당 주최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비슷한 시각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며 황급히 걷다 신발이 벗겨진 일도 벌어졌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국회 교육위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숙의를 거쳤으면 이렇게 난리가 나고 매를 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를 바라보는 여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물가·고금리로 바닥 민심이 좋지 않은데 정부가 학제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정책 헛발질을 계속한다는 게 불만의 이유다. 5선의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처별로 장관마다 국민들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하고 국민들이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야 되는데 정부가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징계를 둘러싼 논란,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통령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파문 등으로 국민의힘이 위기 국면이지만, 정부 스스로의 실점으로 정권의 총체적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통합·능력·협치’를 1기 내각 인선 3대 기준으로 세우고 ‘유능한 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80여 일 만에 각종 조사에서 ‘무능’ 평가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598명)들은 인사(21%)와 경험·자질 부족 및 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등을 부정 평가 이유로 꼽았다. 부정 평가 비율은 62%에 달했고, 긍정 평가 비율은 28%까지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4일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만만치가 않고, 또 일부 야당에서는 이런 부분을 악의적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강승규 시민사회수석)며 정치권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내에서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취학 연령 인하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정책 관계부처 장관들의 당정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공식 회의를 열어 당과 사전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 장관은 이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안에 대해 “국민청원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 그 주제가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적 판단보다 이슈가 먼저 됐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정책에는 경청→공감→시행 과정이 필요한데 경청이나 공감을 위한 소통과 시스템 없이 ‘무조건 시행하겠다’는 발표가 반복되자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집권여당과 대통령실, 그리고 대통령 본인이라는 3박자 요소가 초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그립을 꽉 잡고 있는데 인적 쇄신을 한들 뭐가 바뀌겠나.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수도권 지역 의원)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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