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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펠로시 면담 불발…“전략적 선택”vs“만났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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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4일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김 의장과 양자회담을 한 뒤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1박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이날 다음 순방지인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성룡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4일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김 의장과 양자회담을 한 뒤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1박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이날 다음 순방지인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성룡 기자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미국 의전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4일 별도의 회동 없이 40분간 전화 통화만 하자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은 대부분 이들을 만났다.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 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라 (윤 대통령이) 외교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만 방문과 한국 방문은 별개의 문제”라며 “펠로시 의장과 대한민국 정부의 주된 의제는 북한과 핵 문제, 한·미 동맹 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펠로시 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또한 “펠로시 의장도 (오늘) 전화 통화에서 우리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Family is first(가족이 먼저)’라고 몇 번씩 강조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회동 대신 전화 통화가 중국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익을 고려한 총체적 결정”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뒤 대만을 6방향으로 포위한 실사격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최대 무역국이자 북핵 문제까지 중국과 조율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방중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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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면담 대신 통화를 택했다고 한다. 펠로시 의장이 정치인인 만큼 돌발 발언 등의 변수도 고려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전략적 선택의 일환”이라며 “미국 측에는 한·미 동맹을 최우선 가치로 한다는 점은 확실히 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동 불발과 별개로 의전 홀대 논란도 일었다. 지난 3일 밤 펠로시 의장이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당시 정부 관계자나 여야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다. 직전 방문지인 대만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밤늦은 시각에 도착했음에도 대만 측 인사들로부터 영접을 받았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의회 인사는 국회에서 담당하는 것이 관례인데, 미국 측에서 늦은 시간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게 되면서 영접을 사양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도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에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잘못” “윤석열 행정부 의전 참사”라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와 관련, 금태섭 전 의원은 “펠로시가 도착한 공항에는 고위 관료 한 명도 영접을 안 갔다”면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피하려고 했으면 그런 의전은 최고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뭔가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매우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톱니바퀴가 전혀 안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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