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JSA 방문은 대북 억지력의 징표”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00:02

업데이트 2022.08.0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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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낸시 펠로시

낸시 펠로시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낸시 펠로시(사진) 미국 하원의장 일행과 40분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된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 일행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하는 것은)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약속한 한·미 동맹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을 위해 미국 의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일행 간의 통화에서는 외교와 국방, 기술 협력과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주제가 다뤄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이 첫 여름휴가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며 “워싱턴에서 최근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나갈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펠로시 의장은 또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 축으로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한·미 간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가꾸어 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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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통화는 펠로시 의장 외에 미 연방 하원의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원장, 마크 타카노 재향군인위원장, 수전 델베네 세입세출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계인 앤디 김 의원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해 확대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의원단에 “각 지역구의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을 특별히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통화에서 미·중 갈등의 도화선이 된 대만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또 미국의 칩4(Chip 4, 미국·한국·일본·대만 반도체 공급망 동맹) 가입과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고 미 의회 관계자들이 최근 의회가 통과시킨 반도체 관련 법안이 한국에도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28일 자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약 2800억 달러(약 363조5000억원)를 투입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통과시켰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전화통화 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다.

펠로시 “강력한 대북 억지력으로 실질적 북 비핵화 지원”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 최고위급 인사가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JSA 방문은 그 자체로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게 판문점과 JSA 등 한국의 안보 현장을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하원 정보위원 자격으로 이틀 동안 방북한 적이 있다.

과거 펠로시 의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보름 전 미국을 찾았던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에게 그는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며 “북한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라고 했다. 문 의장 일행이 “하노이 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도 쇼였다”며 한 말이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뒤 공개한 한·미 의장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순방의 주목적 중 하나가 안보”라며 “주한미군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도 안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내년이 한·미 동맹 70주년임을 상기하고 동맹 발전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기대를 담아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 펠로시 만나려다 봉변=이날 펠로시 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사랑채를 방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4) 할머니가 국회 경호원들의 제지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 할머니의 의장 면담은 결국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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