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펠로시 의전 논란에 "정부 아닌 국회가 카운터파트"

외교부는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 논란과 관련 “외국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의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며 정부 책임론을 부인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입국장엔 한국 정부와 국회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 '의전 홀대'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가 수행하는)외빈 영접은 정부의 공식초청에 의해 방한하는 외빈에 대해 제공하는 예우로, 의전 지침상 국가원수, 총리,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인사에 대해 제공하도록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부대변인은 이어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는 우리 국회의장이고, 금번 방한은 기본적으로 한ㆍ미 의회 교류의 일환”이라며 “미국 의회의 카운터파트인 국회에 (의전)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나 최근 다른 나라 국회의장 방한 시에도 정부 측 영접 인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입법부의 수장으로, 카운터파트인 국회가 의전 문제를 조율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오후 대만 방문을 마치고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의 입국장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측 인사 외에 한국 정부나 국회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홀대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에 대한 의전의 책임을 사실상 국회의장실로 돌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회는 주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공항에는 별도 영접단을 보내지 않는 방향으로 사전 실무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이 한국의 영접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미국 측의 관련 메시지가 외교부 채널을 통해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과 공동언론발표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외교부는 의전 문제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조율 등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전화통화를 하기로 한 사실을 공개하며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자세한 상황은 외교부가 설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외교부는 “한ㆍ미 동맹은 가장 긴밀하고, 포괄적ㆍ전략적 동맹관계 등에 비춰 이해해달라”는 말 외에는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미국 의회 대표단의 방한시 대한민국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여 의전, 기획 관련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과 관련한 협의 대상이 국회였음을 밝혔다.

한국을 방문 중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나란히 걸어 들어 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안 부대변인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항의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정부는 최근 대만해협 동향을 주시 중이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역내 안보와 번영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정부는 하나의 중국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