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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펠로시 “실질적 北비핵화 노력”…동맹 70주년 결의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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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4일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양국의 노력을 서로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 발표문을 냈다. 오전 11시 55분부터 이뤄진 회담은 공개 회담 35분과 비공개 회담 40분 등 총 1시간 15분에 걸쳐 진행됐다. 회담 종료 후 양국 의장은 접견실 옆 라운지에서 나란히 서서 차례대로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발표문을 읽은 김 의장은 “양측은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져 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김성룡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김성룡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김 의장 왼쪽)이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나란히 걸어 들어 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김 의장 왼쪽)이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나란히 걸어 들어 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 의장은 이어 “한·미 동맹이 군사안보·경제·기술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가졌다”며 “내년이 한·미 동맹 70주년임을 상기하고, 동맹 발전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기대를 담아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회담에서 미국 의회가 ‘인프라법(공공 인프라 투자법)’, ‘반도체 및 과학 지원법(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 지원법)’을 통과시킨 점을 언급하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미 의회 차원에서 협조해달라”고 펠로시 의장에게 당부했다.

김 의장은 이밖에도 미국 내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법 ▶한인 입양인 시민권 부여법 입법▶‘김치의 날’을 지정하는 김치 결의안 ▶베트남전 참전 미국 내 한인에 대한 지원법 등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펠로시 의장은 “저희가 의회 대표단으로 순방한 세 가지 중요한 목적은 안보, 경제, 거버넌스”라며 “세 분야 모두 미국과 한국이 굉장히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우리는 협력을 통해 모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동시에 한국의 의견을 경청하려 한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IPEF를 언급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4일 국회 접견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하면서 "한·미 의회간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4일 국회 접견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하면서 "한·미 의회간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이날 양국 의장의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김 의장과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오전 11시 45분부터 국회 본청 입구 안쪽에서 펠로시 의장 일행을 기다렸다. 오전 11시 50분에 펠로시 의장과 수행원이 도착하자 김 의장은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묵례 후 악수 대신 팔꿈치를 맞대는 약식 인사를 나눴다. 한국 전통복식을 한 의장대가 국회 본청 앞에 도열해 펠로시 의장 일행을 맞이하기도 했다.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펠로시 의장과 마주 앉은 김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직 미 하원 의장으로는 20년 만에 방한이라고 알고 있다”며 “한·미 의원외교에 있어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2002년 데니스 해스터트 미 하원 의장 방한 사례를 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어 김 의장은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 동맹 넘어서서 경제 및 기술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 한·미 양국이 다양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미 동맹이 포괄적인 글로벌 전략 동맹으로 발전해나가는데 펠로시 의장의 지속적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동맹이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 기술 동맹으로 발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동맹이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 기술 동맹으로 발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이에 펠로시 의장은 “이번 순방 목적 중 하나가 안보”라며 한·미 양국의 안보동맹을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한·미 동맹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한·미) 의회 간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밝혔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준공된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 내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언급하며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양국 관계에 대한 존중을 잘 보여주는 의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2015년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크 혼다 미 하원 의원의 발의로 (미 의회에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 국회에서 낸시 펠로시(왼쪽 두 번째)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1시간15분간 진행됐다. 김성룡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 국회에서 낸시 펠로시(왼쪽 두 번째)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1시간15분간 진행됐다. 김성룡 기자

공동언론발표 이후 양국 의장은 국회 사랑재로 자리를 옮겨 오후 1시 30분부터 약 1시간 20분간 오찬을 했다. 비빔밥과 신선로 등 한식 코스 요리 메뉴였다. 김 의장은 평소 초콜릿을 즐겨 먹는 펠로시 의장을 위해 강원 고성의 초콜릿 상점에서 공수한 수제 초콜릿을 디저트로 내놨다. 양국 의장의 회담과 오찬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자리했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하기를 기원하는 건배사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대만 방문에 따른 미·중 갈등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회담장이나 오찬장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된 적은 없다”며 “만약 펠로시 의장이 언급했다 하더라도 김 의장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평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 답변만 할 예정이었다. 미·중 갈등 국면에 우리가 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공항 의전 논란…국회 “美가 국회 내 의전만 요청”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3일 밤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가운데),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여권은 김진표 국회의장 측이 영접에 나서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3일 밤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가운데),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여권은 김진표 국회의장 측이 영접에 나서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3일 밤 펠로시 의장이 경기 오산 미군기지를 통해 입국했을 때 회담 카운터파트너인 국회 측이 영접을 나가지 않았다는 게 4일 하루동안 논란이 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 하원 의장은 우리로 치면 국회의장이기 때문에 의전 파트너는 정부가 아니라 당연히 국회”라며 “때문에 국회에서 방한 환영 의전팀이 나가야 하는데 아무도 안 나갔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하 의원은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영접 여부에 대해선 미국 측과 충분한 사전 논의가 있었는데, 미국 측이 국회 내 행사만 의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일반적으로 한·미 의원친선협회 소속 의원이나 국회 측에서 영접을 나가지만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안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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