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엔 손흥민, K리그엔 내가 있다...부천 원더골 제조기 송홍민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15:08

업데이트 2022.08.04 18:01

전매특허 '스웨그 골 세리머니'를 하는 송홍민. EPL 토트넘의 손흥민 못지 않은 '원더골 제조기'다. 사진 부천FC

전매특허 '스웨그 골 세리머니'를 하는 송홍민. EPL 토트넘의 손흥민 못지 않은 '원더골 제조기'다. 사진 부천FC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손흥민이 있다면 K리그엔 송홍민이 있습니다. (웃음)"

프로축구 K리그2(2부) 부천FC 미드필더 송홍민(26)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송홍민은 지난 1일 열린 경남FC와의 2022시즌 K리그2 30라운드 홈경기 2-1로 앞선 후반 42분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송홍민은 30m 넘는 거리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왼쪽 골망을 갈랐다. EPL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슈팅을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이었다.

송홍민의 골로 3-1로 이긴 부천(승점 47)은 2위로 올라서며 K리그1(1부) 승격에 한발 다가섰다. 이름도 원더골도 손흥민과 닮은 송홍민과 3일 전화 인터뷰했다. 송홍민은 "슈팅에 자신이 있어서 골을 노리고 찼다. 물론 운도 작용했다. 나를 믿고 킥을 맡겨준 감독님, 코치진 그리고 동료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남FC를 상대로 중거리 프리킥 슈팅을 터뜨린 송홍민. 사진 프로축구연맹

경남FC를 상대로 중거리 프리킥 슈팅을 터뜨린 송홍민. 사진 프로축구연맹

송홍민은 손흥민처럼 강력한 슈팅 능력이 주무기다. 뉴스1

송홍민은 손흥민처럼 강력한 슈팅 능력이 주무기다. 뉴스1

송홍민의 골을 본 축구 팬들은 '송홍민이 아니라, 손흥민 같다' '당장 EPL로 보내야 한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의 애칭 '우리흥'에 빗댄 '우리홍'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송홍민은 "내가 골을 넣거나 활약을 했을 때 항상 거론되는 이름이 손흥민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데,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서 뛰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님께서도 이제는 '아빠가 이름을 잘 지어준 것 아니냐'고 농담하신다"며 웃었다.

손흥민은 푸슈카시상(2020년)을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매년 가장 멋진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손흥민처럼 송홍민도 K리그에선 '원더골 제조기'로 유명하다. 송홍민은 프로 통산 4골을 기록 중인데, 전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중·장거리 골이었다. 순식간에 수비수 5명을 지나쳐 골대에 빨려 들어간 적이 있고, 40m 거리에서 골망을 가른 경험도 있다.

득점 후 전매특허 세리머니가 있다는 점도 손흥민과 송홍민의 공통점이다. 뉴스1

득점 후 전매특허 세리머니가 있다는 점도 손흥민과 송홍민의 공통점이다. 뉴스1

득점 후 전매특허 세리머니가 있다는 점도 닮았다. 손흥민은 골을 넣고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는데, 송홍민도 득점할 때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만 모아 경례하는 일명 '스웨그(멋을 가리키는 은어) 세리머니'를 펼쳤다. 송홍민은 "연예인 강호동이 예능 프로에서 '스웨그'를 외치며 하는 동작이다. 아버지가 강호동을 닮았는데, 아버지에게 선물하는 세리머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송홍민의 호쾌한 슈팅 뒤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했는데, 미드필더로는 스피드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킥 연습을 시작했다. 육상 높이뛰기 출신 아버지를 닮아 도움닫기와 힘에는 자신이 있었다. 송홍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팀 훈련 1시간 전에 혼자 축구공 20개 정도 들고 나가서 슈팅 훈련했다. 매일 수십 번의 슈팅이 수년간 쌓이니, 동료들도 인정하는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완성됐다. 워낙 슈팅에 자신감이 있으니, 경기 중 중거리 프리킥 찬스가 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송홍민의 슈팅 능력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송홍민의 슈팅 능력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대학 시절 그는 슈팅과 반대 전환 롱패스 등 킥을 잘하는 미드필더로 입지를 굳혔다. 그는 "미드필더는 안전하게 볼을 전방으로 연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다. 늘 팀플레이가 최우선인데, 프리킥을 차는 순간만은 욕심을 낼 수 있다. 경기 중 유일한 일탈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친구들은 슈팅이 좋은 송홍민을 '쏭니'라고 부른다.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에 빗댄 것이다. 팀 동료들은 '이제 손흥민 선수한테 전화 한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장난치기도 한다. 송홍민은 "손흥민 선배와 연락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렇게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극제로 삼고 싶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가짜 손흥민'이 아닌 '송홍민' 그 자체로 불리겠다"고 다짐했다.

송홍민의 꿈은 1부 승격과 태극마크다. 사진 부천FC

송홍민의 꿈은 1부 승격과 태극마크다. 사진 부천FC

송홍민의 롤모델은 리버풀(EPL)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은퇴·현 애스턴 빌라 감독)다. 리더십과 슈팅·패스 능력이 뛰어난 데다 주장까지 지내서 '리버풀의 심장'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송홍민도 2018년 데뷔 후 5년째 부천에서만 뛰고 있다. 그는 "한 팀에서 오래 뛰다 보니, 팀과 팬들에 정이 많이 들었다. 올해는 꼭 1부 승격을 이끌어서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좋은 선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홍민은 언젠가 손흥민과 함께 뛰는 꿈을 꾼다. 그는 "태극마크가 꿈인데, 요즘은 2부에서 잘해도 축구대표팀에 발탁되는 경우가 많아 동기부여가 된다. 묵묵하게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기회가 올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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