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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망해' 대놓고 회사PC에 붙였다…'긴머리 직장인'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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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Editor's Note 
보수적인 금융회사에서 혼자 머리를 기르고 다녔습니다. 본부장님과 하이파이브로 아침 인사를 하고, 컴퓨터 모니터에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는 문구를 붙여 놓고 일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신인류 직장인"이라고 불렀죠.
모 방송사의 '아무튼 출근’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BC카드 이동수 씨 얘기입니다. 그는 현재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하고 있죠.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긴 하지만, 이동수씨는 성실한 직장인입니다. 휴직 기간이 길어 '10년 차 대리'였지만(현재 직급제 폐지),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휴직 기간에도 유튜브를 찍고 책을 썼습니다. 모니터에 붙여놨던 문구가 그의 첫 책 제목이 됐죠.
이동수씨가 꿈꾸는 '직장 생활'은 어떤 것일까요? 그가 '평범하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말 경기도 광교에 있는 개인 작업실에서 만나 직접 물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이 만난 사람' 36화 의 일부입니다.

두 번의 육아휴직과 안식월을 떠나다

Q. 승진 대신 육아휴직을 선택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웃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남자가 육아휴직을 많이 쓰지 않았거든요. 승진을 앞두고 있던 때라 회사에서는 1년만 늦게 가라는 제안도 있었어요. 그런데 미루는 건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잖아요. 먼 훗날 떠올렸을 때 2017년에 승진했다는 사실과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 중 어떤 게 더 기억에 남을까 생각했죠. 제게는 기준이 명확했어요.

Q. 지금은 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제일 신경 쓰이는 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돈과 평판이죠.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평판을 걱정하는 편은 아니에요. (웃음) 그랬다면 첫 번째 육아휴직도 쓰지 않았겠죠. 걱정은 돈이었는데, 아내와 함께 육아휴직을 하면 두 명의 월급을 어떻게 충당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감당해야 할 몫이 평생에서 1년 치 월급이라고 생각하니 해볼 만한 선택인 것 같았어요.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도 나오고 돈은 앞으로도 벌 거니까요. 그 시간 동안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가능성에 배팅할 수도 있으니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동수씨는 "육아휴직으로 감당할 몫이 평생에서 1년 월급이라고 생각하니 해볼 만한 선택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폴인, 최지훈

이동수씨는 "육아휴직으로 감당할 몫이 평생에서 1년 월급이라고 생각하니 해볼 만한 선택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폴인, 최지훈

Q. 실현해보니 어떤가요?
지금 육아휴직 5개월 차인데요. 밀도 있게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 아내도 저도 꿈꾸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중이에요. 유튜브를 만드는 작업실을 구했고 여기에 갖고 싶은 소품도 채워 넣었어요. 곧 책도 출간되고요. 아내는 관심 있던 요가 강사 자격증과 와인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제 곧 가족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나요. 이 시간이 앞으로도 평생 기억나지 않을까요?
아내와 매일 이런 이야기를 나눠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이라고. 물론 육아와 병행하기 때문에 시간을 촘촘히 써야 하고, 일상 속의 힘든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Q. 많은 이들이 꿈꾸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합니다. 차이가 뭘까요?
저는 어떤 일이든 스스로 결정해서 내 삶을 온전히 살아야겠다는 기준이 있어요. 눈치를 보는 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거죠.
어릴 때부터 자립심이 있는 편이었어요.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쓰고, 생활비 관리도 직접 했죠.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외진 곳에 살았는데, 유치원 때부터 그 길을 혼자 다녔어요. 고등학생 때 확신이 들었죠. 나 혼자 스스로 살 수 있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떠나 독립했어요. 20년 전이니까 시급이 1800원이었는데, 아르바이트로 월급을 200만원 넘게 벌었어요. 배달, 호프집, 물류 등 안 한 게 없었죠.

Q.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세상 무서운 게 없었어요. 그러다가 인생의 방향이 확 바뀌게 된 계기가 군대였어요. 자이툰 부대로 파병을 다녀왔거든요. 많은 사람이 그렇듯, 군대를 다녀와서 제대로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술·담배도 끊고, 복학해서 친구도 안 만나고 공부했죠. 그랬더니 난생 처음 장학금이란 걸 탔어요. 평생을 중간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웃음) '아, 이게 장학금의 맛이구나. 이건 앞으로 놓치면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Q. 많은 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두려워합니다. 그런 점에서 동수님의 선택이 용기로 느껴집니다.  
모든 이들이 도전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주위에도 100억이 있어도 회사를 다닐 거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는 안정적인 성향의 사람이고, 그렇게 커리어를 밟아왔어요. 중요한 건 자기가 어떤 성향인지를 알고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너 이거 괜찮아?'라고 질문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이씨는 "내 자신에게 자주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폴인, 최지훈

이씨는 "내 자신에게 자주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폴인, 최지훈

제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통장에는 이라크에서 모아온 1200만 원이 전부였어요. 돈이 없으니까, 하루에 한 끼 먹는 게 다반사였죠. 돈도 시간도 절실하니까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려고 공부했고요. 그때 돈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고 버틸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거죠. 거기서 용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20년 뒤 만난 친구들, 인생의 만족도를 나누는 기준은

Q. 유튜브 채널에 '내 친구는 뭐할까'라는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친구들 만나면 ‘요즘 걔 뭐하고 살까?’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찍어보면 재밌겠다 싶었죠.  처음에는 '인생이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는데, 진짜 그럴까?'를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이었던 친구의 지금 인생 성적표는 어떨까. 친구들 만나서 이런 것들을 물었어요. 나는 고등학생 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잘살고 있는데 넌 어떤 것 같은지, 또 행복하다면 그 계기가 뭐였는지 같은 것들이요.

이씨(사진 왼쪽)가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 친구를 만나서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무빙워터)

이씨(사진 왼쪽)가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 친구를 만나서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무빙워터)

Q. 40대가 된 친구들을 만나보니 어땠나요?
처음에는 인생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는데 찍다 보니 '내가 직접 선택했느냐'가 인생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걸 느꼈어요. 학창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친구가 있어요. 경찰대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죠.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너가 부럽다. 나는 정해진 길을 걸어오느라 스스로 결정한 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요. 그러고는 휴직도 신청했어요. 경찰로서는 흔치 않은 케이스죠.
반면에 한의사인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는 지금도 자기 직업을 너무 좋아해요. 재수를 했던 시간도 인생에서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다고 말하죠.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스스로의 선택 그리고 또 어떤 게 필요할까요?
인생에서 한 번쯤은 미친 듯이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요. '노력해본 사람은 다른 어려운 문제를 마주해도, 한번 해봤잖아. 어려운 거 없어. 해보면 돼'라는 태도가 있어요. 물론 그 타이밍이 언제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요.

Q. 인생에서 노력하는 시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 텐데요.  
노력이 배신할 때도 있죠. 그런데 특별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결과를 떠나서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기 때문이죠. 그게 꼭 공부여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운동일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내가 그만큼 노력했다는 걸 내가 안다는 거죠.

"나를 위해 일한다" 자유롭지만 성실한 회사원으로서 10년

Q. 회사원 이동수는 어떤가요?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 생활에 잡아먹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는 문구를 PC에 붙여뒀죠. 제가 이 말을 스스로 생각해낸 게 맞는지 구글에서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웃음) 회사 일도 재밌고 중요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이것 역시 인생의 일부잖아요.

이씨의 노트북 위에 붙어 있는 문구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폴인, 최지훈

이씨의 노트북 위에 붙어 있는 문구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폴인, 최지훈

물론 열심히 일한 시간도 많았어요. 데이터를 기다리면서 밤을 샌 적도 있고, 가장 늦게 퇴근하고 가장 일찍 출근하면서 일한 적도 있죠. 언제나 워라밸을 1순위로 챙긴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했던 건 제 삶을 위해서 일했어요.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일했기 때문에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회사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또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꼼꼼함이 부족한 대신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에요. 회사에서도 제가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잘 맞는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포지셔닝 했죠.

처음에는 제품 빌링 쪽에서 오탈자 검수하는 업무를 담당했어요. 꼼꼼해야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 저에게 잘 맞지 않았어요. 2년 정도 담당하다가 여행팀으로 옮겼어요. 보통 여행 전공자나 경력직만 가는 곳이어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는데 팀장님, 본부장님, 인사팀을 만나 긴 시간 설득했어요. 다행히 옮기고 나서 그 전보다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Q. 많은 직장인이 눈치를 보고 고민을 합니다.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선택 앞에서 '20년 뒤 내가 어떻게 답할 것 같은지' 떠올려보라고 하고 싶어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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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세미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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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회사생활은 어떤가요?" 보수적 조직이라 알려진 금융회사에서 독특한 행보를 걸으며 '직장인의 로망'을 실현중인 이동수님을 모셨습니다. 직장에서도 삶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하며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번 세미나는 회사생활과 삶을 바꿀 질문법에 대해 준비했습니다.
세미나는 오는 11일 오후 8시부터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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