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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현동 ‘옹벽아파트’, 성남시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최고거래가를 기록한 백현동 아파트. 아파트 10여 층 높이의 옹벽이 보인다. 함종선 기자

성남시 최고거래가를 기록한 백현동 아파트. 아파트 10여 층 높이의 옹벽이 보인다. 함종선 기자

높이 50m, 길이300m의 거대 옹벽 옆에 들어서 '옹벽아파트'라 불리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 A아파트 단지 내 90평대 펜트하우스가 최근 49억원에 거래됐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면적 229㎡ 한 가구가 지난달 8일 49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돼 있다. 실거래가 49억원은 성남시 내 일반 아파트 거래가 중 사상 최고가다. 기존 최고가는 성남시의 고가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분당 파크뷰의 펜트하우스(전용면적 244)㎡로 지난 2월 48억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 49억 기록도 곧 깨질 전망이다. 백현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A아파트 내에 있는 4가구의 펜트하우스 중 한 가구가 최근 50억원에 거래됐다. 백현동 김모 공인중개사는 "펜트하우스는 바로 인근 남서울 골프장 등 사방이 탁 트인 파노라마 뷰가 나오고 개인 정원과 테라스 등 50평가량의 공간이 따로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은 50m 옹벽은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불법으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최고가 아파트가 나온 것이다.

거대 옹벽 옆에 조성된 공원 출입로.노약자나 장애인은 다닐 수 없다. 함종선 기자

거대 옹벽 옆에 조성된 공원 출입로.노약자나 장애인은 다닐 수 없다. 함종선 기자

1223가구의 백현동 A아파트는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이 아파트 단지에 있는 펜트하우스들은 지금까지 비어있었다. 이 아파트 시행사는 전체 1223가구 중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전체의 10%) 123가구 중 100가구만 임대했고, 23가구는 '시행사 보유분'으로 갖고 있었다. 4가구의 펜트하우스는 23가구 중 일부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4가구의 펜트하우스가 백현동 아파트 사업에 기여한 '특수관계자'용이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체적으로 "101동 펜트하우스는 누구 거"라는 식으로까지 얘기가 나왔지만 펜트하우스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펜트하우스 매물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풀렸다.

옹벽에 붙여 지은 휘트니스센터 등의 주민편의시설은 허가가 안 나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한다. 함종선기자

옹벽에 붙여 지은 휘트니스센터 등의 주민편의시설은 허가가 안 나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한다. 함종선기자

이 아파트 시행사는 요즘 자신들이 보유했던 23가구를 팔고 있고, 임대를 놨던 100가구도 분양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행사의 이익은 감사원이 발표한 분양수익 3143억원을 훨씬 넘을 전망이다. 감사원 발표는 말 그대로 일반 분양아파트에 대한 수익이고,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수익은 포함돼 있지 않다.

우선 펜트하우스 4가구 수익만도 200억원이 넘을 전망이고, 나머지 임대아파트도 모두 전용면적 84㎡이상의 중대형이어서 한 가구 당 평균 10억씩으로만 잡아도 1200억원가량이다. 따라서 이 시행사의 총 수익은 45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백현동 부지 토지 용도 변경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백현동 부지 토지 용도 변경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 아파트가 들어선 부지는 원래 한국식품연구원이 있던 자리였다. 시행사는 자연녹지 상태의 감정평가액(2187억원)으로 값싸게 이 땅을 매입했는데, 매입 직후 이 땅의 용도가 준주거지로 4단계나 종 상향 됐고 시행사는 용적률을 높게 받아 총 1조500억원의 분양매출을 기록했다.

성남시 측은 "펜트하우스 등 민간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및 양도 등에 대해서는 성남시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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