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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양자컴퓨터, 세상을 바꿀 액셀러레이터" IBM 제이 감베타 부사장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07:01

업데이트 2022.08.04 10:08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가 인공지능(AI)·반도체에 이어 21세기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일반 컴퓨터로 수만 년 걸리는 연산을 수십 초 만에 해내는 양자 컴퓨터는 기술 개발 난도가 높은 데다, 핵심 장비부터 연구 인력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탄탄한 기술 생태계가 필요하기 때문. 수년 전부터 미국·중국·일본 등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IBM·구글·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양자 컴퓨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지난달 14일 제이 감베타 IBM 부사장 겸 퀀텀 수석 연구원을 만나 양자 컴퓨터의 중요성과 현주소를 물었다. 그는 연세대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 'IBM 양자 컴퓨팅 센터'를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방한했다. 물리학 박사 출신인 감베타 부사장은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로 재직 중인 2011년 IBM에 합류, 현재 IBM에서 양자 컴퓨터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뭐가 다른가.
"양자 컴퓨터에서는 큐비트(cubit)라는 연산 단위가 핵심이다. 전통 컴퓨터는 0 또는 1로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양자 컴퓨터는 00, 01, 10, 11로 구성된 4가지 정보로 정보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것. 2큐비트, 3큐비트, 4큐비트 커지면 4배, 8배, 16배로 정보 처리하는 속도도 늘어난다. 기존 컴퓨터로 암호 푸는 데 수백 년이 걸렸다면, 양자 컴퓨터로는 몇 분 만에 풀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뛰어난 성능을 IBM은 어디에 쓰려고 하나.
"양자 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점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어떤 문제를 양자 컴퓨터로 해결할 것인지 정하는 것. 두 번째는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양자 컴퓨터를 어떻게 쓸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특히 첫 번째가 굉장히 어려운데, 우리는 협업으로 길을 찾고 있다. IBM이 보유한 뛰어난 양자 컴퓨터 기술과 툴을 어떻게 활용할지 파트너 기업·학교들과 논의하는 것이다."

IBM은 2016년 기업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양자 컴퓨터를 세계 각국의 학교·기업에 공개했다. 이듬해에는 개발자들이 쓸 수 있도록 양자 기반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퀴스킷 런타임'을 출시했다. 개발자, 파트너 기업들이 양자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IBM을 비롯해 구글·AWS(아마존웹서비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실제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진 수년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영하 273도) 상태에 있어야 하는 데다, 큐비트는 미세한 입자·바람·중력 등의 영향을 받기만 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 양자가 불안정할 때도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나오려면 최소 5~6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양자 컴퓨팅이 상용화되면 기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양자 컴퓨터는 거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 기술을 어디에 쓸 수 있을 것인지를 유수의 기업들과 협업하며 알아가는 중이다. 예를 들어 다임러 AG는 양자 컴퓨터를 활용, 분자들을 모델링하면 가장 효율적인 미래형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양자 컴퓨터로 재무 리스크를 단시간에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기술은 우리(IBM)가 만들 테니,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 세계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정하자'고 하는 게 IBM의 전략이다. 2017년 'IBM 퀀텀 네트워크'를 조직, 전 세계 기업·학교 등 180여개 기관들과 협업하고 있다. 한국에선 삼성종합기술원, LG전자, 연세대, 성균관대, KAIST 등이 회원이다. 양자 컴퓨터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도 각각 '양자 컴퓨터 네트워크'를 꾸려 파트너를 확보하는 중이다.

양자 컴퓨터 기술 측면에서도 IBM은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큐비트가 커질수록 컴퓨터의 정보처리 성능이 뛰어나다.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양자컴퓨터 칩셋 '시커모어'를 발표했는데, 이후 IBM은 27큐비트(19년·팰콘), 65큐비트(20년·허밍버드), 127큐비트(21년·이글) 등 성능이 향상된 양자 컴퓨터 프로세서를 매년 공개해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능이 월등히 좋다 보니 양자 컴퓨터가 현재 우리가 쓰는 일반 컴퓨터와 슈퍼 컴퓨터를 모두 무력화시키거나 대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래의 컴퓨터는 어떻게 진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렇게 해결하는 게 맞다. 하지만 미래는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이종) 컴퓨팅 시대가 될 것이다. PC의 핵심인 CPU(중앙처리장치)나 AI·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장치인 GPU(그래픽처리장치), 큐비트가 있는 프로세서 QPU(양자 처리 장치)가 모두 한데 섞여 한꺼번에 돌아가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 슈퍼 컴퓨터, 전통 컴퓨터가 함께 작동할 것이란 뜻이다. 개인적으로 난 양자 컴퓨터라고 부르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 양자 컴퓨터보단 기존 컴퓨터에 들어갈 양자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가속장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 체계를 붕괴 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건 위협적일 수 있는데.  
"사실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IBM도 6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했다. 우리가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하는 건 좋은데, 고객들 입장에선 불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고객을 안심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퀀텀 세이프(Quantum safe)란 개념을 개발했다. 한 마디로 양자 컴퓨터로도 뚫리지 않는 보안을 의미한다. 7월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양자 컴퓨팅 기술로도 해독이 어려운 알고리즘 4개를 공개했는데, 이 중 3개는 IBM이 개발했다."

양자 컴퓨터를 둘러싼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이다. 기업 간 경쟁일 뿐 아니라, 미·중 G2의 기술 패권 경쟁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미국과 일본은 양자 컴퓨터 등에 사용하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양자굴기'를 표방하는 중국은 2017년 국립양자 과학연구소를 설립, 누적 17조원을 투자해왔다.

IBM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을 총괄하는 제이 감베타 IBM 부사장은 "미래의 컴퓨터는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이종의) 컴퓨팅 시대가 될 것"이라며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큐비트가 있는 프로세서 QPU(양자 처리 장치)가 모두 한데 섞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M]

IBM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을 총괄하는 제이 감베타 IBM 부사장은 "미래의 컴퓨터는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이종의) 컴퓨팅 시대가 될 것"이라며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큐비트가 있는 프로세서 QPU(양자 처리 장치)가 모두 한데 섞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M]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양자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2030년까지 양자기술 4대 강국이 되는 걸 목표로 2026년까지 약 946억원의 예산을 투입, 50큐비트의 양자 컴퓨터를 자체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양자 기술과 산업은 우리가 제2의 반도체 성장 신화를 쓸 기회가 있는 분야"라며 핵심 국가 경쟁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엔 여전히 관련 전문가와 예산이 선도 국가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양자 기술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한국이 뒤처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 대학, 기업들과 얘기해보니 그들이 얼마나 기술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한국의 대학·기업들은 엔지니어 사회, 기술인 사회처럼 보인다. 정부 입장에선 양자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와 인프라를 모두 갖출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양자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은 어떻게 연구·개발해야 할지부터 양자 컴퓨터를 어떻게 산업에 활용할지까지 모든 노력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한다."
양자 컴퓨터 경쟁에서 이기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뭘까.
"연구 인력(workforce) 양성.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인력, 인력, 또 인력이다. 양자 컴퓨터 인력을 키우지 않으면, 산업도 잘 될 수가 없다.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연구·개발(R&D)을 잘하면, 양자 접근성도 높아진다. 인력을 많이 키워내면 결국 양자 컴퓨터 산업에서도 잘할 것이다. 정부가 학교, 학계에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네트워크도 잘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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