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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세종 집무실 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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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내셔널팀장

김방현 내셔널팀장

충청권은 요즘 대통령 세종 임시 집무실 설치 여부로 시끄럽다. 정부가 오는 10월 완공하는 세종청사 중앙동에 임시 집무실을 두지 않기로 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앙동 임시 집무실은 기존 세종 집무실과 중복되는 데다 예산이나 경호·보안 문제가 있어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현재 세종 집무실은 중앙동 인근 세종청사 1동(국무조정실) 공간을 쓰고 있다. 행안부는 다만 2027년까지 별도의 세종 집무실 건물을 짓는 것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앙동에 임시 집무실을 설치하면 경호 시설 등에 1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세종 2집무실 설치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기존 세종 집무실 활용한 뒤 중앙동 내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2027년 세종 집무실 건물을 완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는 3단계 로드맵 중 중간 단계를 생략하기로 했다.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이런 결정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기존 집무실을 쓰다가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한다고 하니 대통령 공약은 지키는 셈이다. 기존 정부청사에서 또 다른 정부청사로 임시 대통령실을 옮기는 게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공약 파기 논란으로 비화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국민적 공감대 없는 ‘450억 용산집무실’은 전광석화처럼 추진하더니 충청 1호 공약인 ‘150억 세종집무실’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반발했다. 야당 공세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세종으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대국민 홍보나 설득이 미흡했던 탓도 있다. 당초 이 문제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고, 이후 행안부가 설명 자료를 냈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일이 터진 뒤 수습하는 모양새가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복되는 느낌이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문제도 그렇다. 경찰국 신설은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통제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왜 경찰을 통제하려 드냐”는 식의 부정적인 여론만 확산했다. 정부·여당 차원에서 대처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대통령실 9급 직원 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직원을 공채로 뽑은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9급 공채 논란이 불거지자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은 28%였다. 취임 3개월도 안 된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추락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정부와 여권의 국정 대응 자세도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