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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친분 사칭, 관저 공사 의혹…특별감찰관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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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모씨(왼쪽)가 대선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장면. 유튜브 캡처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모씨(왼쪽)가 대선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장면. 유튜브 캡처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 구설, 싹부터 잘라야

자칫 도덕성 흠집내고, 정부 명운 좌우할 수도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모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사칭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이권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내용이 담긴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나돌자 대통령실이 대기업 등에 주의보를 전했다고 한다. 전씨는 대선 때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다 ‘무속 개입 논란’을 낳았다. 당시 그가 속한 네트워크본부가 해산됐는데, 다시 구설에 오른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므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가 살게 될 서울 한남동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는 업체가 참여했다는 논란도 나왔다.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전시장 인테리어를 맡았던 업체인데,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부 발주 공사 입찰 내역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공사 현장이 세종시로 돼 있는데, 대통령실은 담당자 실수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이들과 관련한 문제가 정권 초기부터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통령실은 전씨 관련 의혹에 대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씨의 세무조사 무마 행위와 관련한 고위 공직자의 이름이 떠돌지만, 대통령실이 어떤 조사를 벌이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관저 공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관저는 경호 등 보안관리가 매우 필요한 곳이라 경호처에서 업체를 철저히 검증했다”고 밝혔지만, 김 여사가 임의로 데려온 업체라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나 가족 관련 의혹은 사실일 경우 중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불거지는 것 자체로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낸다. 역대 정부에서 비선 실세나 친인척 비리가 정권의 명운을 뒤흔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사건으로 탄핵에 이르렀다. 김영삼·김대중 정부는 아들 비리, 이명박·노무현 정부는 형 비리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과거 정부에서 이권이나 인사 개입 의혹이 많았던 만큼 윤석열 정부는 초기부터 싹을 잘라내야 한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부터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도입된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을 감찰한다. 국회가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박근혜 정부 시절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문재인 정부 내내 공석이었다. 현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없애 대통령 주변 인물 비위에 대한 조사 기능이 약하다. 대통령실은 심각한 비리 의혹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여야는 속히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