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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표적 방역”에…전문가 “과학방역 비판에 말만 바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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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2만 명에 육박한 3일 정부가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률적인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건데, 구체적 대상이나 방법 등은 내놓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고 수사(修辭)만 앞세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2년7개월 동안 코로나19를 헤쳐온 경험과 많은 데이터가 있다. 어디에서 감염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표적 방역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표적 항암 치료’를 예로 들며 “방역도 꼭 필요한 부분에 표적화하겠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최근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를 4차 접종 대상에 포함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과학방역이 비판받으니 표적 방역을 꺼내 든 것이냐”며 “작명대회 하듯 방역대책을 내고 있는데, 새로운 내용이 없이 용어만 만든다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표적 방역이 그동안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정밀 방역을 해오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표적 방역을 하려면 말 그대로 타기팅을 잘해야 하는데 진단 시스템부터 타기팅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증상 있는 사람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건 개별화된 대응이지 표적을 찾아 대응하는 체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말보다 자료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조치가 우선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표적 방역이라는 말만 내세운 걸 보면 마음이 너무 급했던 것 같다”며 “집단감염이 생기는 업종의 특징 등을 분석해 자료를 기반으로 대책을 마련한 뒤 설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만9922명이다. 지난 4월 15일(12만5821명) 이후 110일 만에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는 2005만2305명으로 전 국민의 38.8%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사망자는 26명이 늘어 누적 2만5110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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