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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대출금리 비명…4대 은행 임원은 평균 1억 성과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대 시중은행이 지난 2년 5개월 동안 임원에게 1000억원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이 지난 2년 5개월 동안 임원에게 1000억원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때아닌 시중은행 '성과급 잔치'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4대 시중은행이 지난 5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임원과 임원급 직원에게 100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3일 발표하면서다. '이자 장사' 논란 속 임원에게 두둑한 성과급을 줬다는 것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2년 5개월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4대 시중은행의 임원급(본부장급 이상)이 수령한 성과급은 1083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지급한 성과급은 우리은행(347억4000만원)이 가장 많았고, 국민(299억원), 신한(254억원), 하나(183억원) 은행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성과급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4대 시중은행에서 2년 5개월 동안 성과급을 받은 임원은 총 1047명이었다. 본부장 등 경영진이 포함된 임원급 숫자를 연간 단위로 합산했다. 일부 임원은 중복됐을 수 있다. 성과급을 받은 임원은 우리은행이 455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신한(238명)과 국민은행(218명)은 200명대고, 하나은행은 136명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의원실에 제공한 수치는 퇴직 임원에게 지급한 장기 성과급 등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한 해(단기)뿐 아니라 최소 2~3년 이상의 장기 성과가 나오면 임원이 퇴직했더라도 성과급을 지급한다. 해당 성과급을 제외하면 2년 5개월간 221명에게 176억원이 지급됐다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연간 기준으로 따질 수 있는 2020~21년의 성과급 지급액을 수령자 수로 단순히 나눠 따져본 임원(급) 연간 1인당 성과급은 국민은행 1억4817만원, 신한 1억759만원, 우리 7986만원, 하나은행 1억5100만원 수준이다.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은 임원은 국민은행 A임원으로 2020년에 12억원을 받았다. 2020년 우리은행 임원은 최대 6억1000만원(퇴직자 제외 시 2억9000만원), 하나은행은 최대 5억원을, 신한은행 임원은 최대 3억1100만원을 챙겼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나 금리 상승기에 적극 취약차주 지원에 나서고 사회공헌 활동도 하는데 서민 고통 분담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또 성과급도 기간과 임원 수로 따져서 대기업과 비교하면 잔치 수준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원은 일반 직원과 달리 월급 비중이 적고 책임경영을 위해 성과급 비중이 큰 데 따지고 보면 연간 평균 1억 수준의 성과급이 과도하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임직원의 보수가 공개되며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에 속내는 답답하지만, 은행은 속앓이만 할 뿐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대출자 상당수가 불어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예대금리차)로 곳간을 두둑이 채우고 있다는 시선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 경고까지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평균 연 4.68%로 2020년(연 2.72%)보다 1.96%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1%포인트 이상 올랐다. 변동금리(연 3.69%)는 2020년(연 2.39%)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평균 2.3% 수준이었던 주담대 고정금리도 지난 5월 기준 3.3%로 뛰었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은행에 '눈총'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 은행권은 9조원 상당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순이익 기준 ‘리딩 뱅크’ 자리를 지킨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자 이익(5조4418억원)은 1년 전보다 18.7% 늘었다. 신한금융 순이자 이익(5조1317억원)도 1년 전보다 17.3% 증가했다.

김종민 의원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서민은 이자 상환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중 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사실이 유감”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예대금리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달리 은행에 대한 성과급·실적잔치 비판이 나오는 데는 경영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며 “상당수 기업은 (제품 수출 등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면서 이익을 내지만 은행은 안정적인 담보에 따른 대출이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경영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판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은행의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위험 감수(리스크 테이킹)에 따른 보상이 아니므로 성과급에 대해 일부에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라며 “은행은 분명 다른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크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이런 비판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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