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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두고 고심…전문가 “국익 위해 참여 불가피, 미·중 동시 설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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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어지면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반도체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이 일본·대만과 반도체 연구개발, 공급망 구축 등에 대해 협력하자며 한국에 ‘칩4 동맹’ 참여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칩4 가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에 대해선 현지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한편으론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3일 중앙일보가 국내 반도체·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5명과 인터뷰한 결과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부 장관)는 “칩4 동맹에 가입하면서 치르는 비용도 많겠지만 반대의 경우 입을 손실이 얼마나 될지 고려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손실이 클 것으로 봐서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역시 “중간에 서 있는 방안은 좋지 않다”며 칩4 가입에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입법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칩4 동맹에 가입해 이 같은 움직임에 호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대한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조용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발표를 최대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서창배 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역시 “소나기를 피해서 맺는 동맹 아닌 동맹은 금방 허물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서 교수는 이어 “공급망 이유가 잦아들고 반도체 시황도 꺾이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그때는 중국에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다. 미국이 언제까지 한국을 뒷받침해 주겠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윤영관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다면 국제적으로 모든 대외 정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이 칩4 동맹에 가입했을 때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선 “반도체가 아닌 다른 분야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양팽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 수입을 금지하거나 중국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에 제재를 가하면 결국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다른 제품에 대해 한국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석 교수는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리튬 같은 소재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서창배 교수는 “중국은 참고 기다렸다가 결정적 순간에 조치하곤 했다”며 “당장의 보복보다 시간을 두고 더 큰 보복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에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알리고, 역제안을 내놔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강구상 팀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미국에 강조해야 한다. 또 갈등 이슈를 최대한 자제하도록 요청해야 한다”며 “중국을 향해서는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반도체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미국의 원천기술과 장비를 공급받기 위한 목적임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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