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좀 깎아줘요" 무릎 꿇은 나영석…'뒤집힌 갑을'이 MZ 홀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뿅뿅 지구오락실'의 막내 안유진(19)은 제작진이 잘못 낸 신조어 문제를 짚어낸 뒤 곧장 "땡!"을 외친다. 이들은 제작진의 실수를 역으로 이용해 주스를 한 잔 획득했다. 나영석 PD의 이전 예능에서는 볼 수 없던 기세등등한 출연진들이다. 사진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막내 안유진(19)은 제작진이 잘못 낸 신조어 문제를 짚어낸 뒤 곧장 "땡!"을 외친다. 이들은 제작진의 실수를 역으로 이용해 주스를 한 잔 획득했다. 나영석 PD의 이전 예능에서는 볼 수 없던 기세등등한 출연진들이다. 사진 tvN

“알잘딱깔센 아니에요?… 땡!”

22년차 관록의 예능 PD 나영석(46)이 19살 출연자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신조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의 줄임말)을 ‘알잘깔딱센’으로 잘못 쓴 문제를 안유진(걸그룹 아이브 멤버)이 지적해 망신을 준 것이다.

기상 미션, 식사 미션 등으로 출연진을 쥐락펴락하던 나영석 PD가 MZ 세대 출연진에게 쩔쩔매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6월 말 방송을 시작한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구오락실)은 이은지(30), 미미(27), 이영지(20), 안유진(19) 등 MZ 세대 4명을 태국으로 데려가, ‘옥토끼’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뿅뿅 지구오락실'. 사진 tvN

'뿅뿅 지구오락실'. 사진 tvN

'갑' 나영석 없다… "좀 깎아줘요" 무릎 꿇는 솔직함 통해

너무 일찍 미션인 '토끼 잡기'에 성공해버린 출연진들에게, 상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나영석PD. '지구오락실'에서는 제작진의 예상을 뛰어넘어 게임, 미션 등을 모두 빨리 끝내버린 출연진이 제작진을 닦달하거나 재촉하고, 제작진이 쩔쩔매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사진 tvN

너무 일찍 미션인 '토끼 잡기'에 성공해버린 출연진들에게, 상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나영석PD. '지구오락실'에서는 제작진의 예상을 뛰어넘어 게임, 미션 등을 모두 빨리 끝내버린 출연진이 제작진을 닦달하거나 재촉하고, 제작진이 쩔쩔매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사진 tvN

'지구오락실'은 여행지에서 게임을 하는 ‘나영석 표 여행 예능’의 반복이지만, ‘신서유기’ ‘1박 2일’에서 제작진이 출연진을 게임으로 골탕 먹이는 구조를 뒤집으며 새로운 구도를 만들었다. SNS에서 화제가 되며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1회 시청률 2.2%로 출발했지만 6회 3.1%로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화제성 지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나영석 표 여행예능'에서 출연진만 여성, MZ세대로 바꾼 '지구오락실'은 뜻밖에 출연진들의 활동적인 면모로 제작진을 휘어잡으며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됐다. 이들은 게임을 더 달라고 조르고, 낙오 미션도 너무 쉽게 길을 찾아내고,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찍었다. 사진 tvN

'나영석 표 여행예능'에서 출연진만 여성, MZ세대로 바꾼 '지구오락실'은 뜻밖에 출연진들의 활동적인 면모로 제작진을 휘어잡으며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됐다. 이들은 게임을 더 달라고 조르고, 낙오 미션도 너무 쉽게 길을 찾아내고,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찍었다. 사진 tvN

나 PD는 예상보다 쉽게 게임을 이긴 출연진에게 “상금을 좀 깎아 달라”며 무릎을 꿇고, 게임을 더 달라고 아우성 치는 출연진을 향해 “이렇게 쫓기듯 게임을 짠 건 오랜만이에요”라며 당황한 심경을 그대로 노출한다. 공동 연출자인 박현용 PD는 "제작진이 우위일 거라 예상했던 갑을 구도가 뒤집힌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재밌어하는 것 같고, 제작진이 실수나 약점을 빨리 인정하는 모습을 젊은 층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도 "나영석 사단의 기존 게임 예능은 제작진이 주도권을 쥐고 재미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식상하다"며 "게임을 빨리 끝내버리고, 미션 성공률도 높은 MZ 출연진의 모습에 젊은 세대가 더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9세부터 30세까지, 다 똑같이 논다

'지구오락실' 출연진들이 쉬는 시간에도 노래를 부르며 찍은 영상 중 하나는 이영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유튜브 캡쳐

'지구오락실' 출연진들이 쉬는 시간에도 노래를 부르며 찍은 영상 중 하나는 이영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유튜브 캡쳐

11살이나 차이 나는 출연진 간에 서열 없이 수평적 구도가 유지되는 것도 특이하다. 김헌식 평론가는 "'1박2일',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나영석 예능에는 늘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작동했지만, '지구오락실'엔 1인자가 없다”며 “권위에서 나오는 비난‧공격적인 웃음 대신, 각자 균형 있게 웃음 포인트를 만드는 그림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대신 나 PD가 권위를 상징하는 ‘기성세대’ 포지션으로 등장한다. 김헌식 평론가는 "과거엔 구성원들의 권위 깨기가 웃음 포인트였다면, 지금은 출연진과 제작진 간의 권위 깨기가 직장 생활의 권위 깨기와 비슷하게 비쳐지며 쾌감을 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성수 평론가는 “제작진이 출연진과 대항하는 구도지만, 그마저도 갑을 관계가 아니라 협력‧경쟁하는 관계”라며 “완벽하게 준비하고 출연진을 쥐락펴락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을 솔직히 얘기하고 소통하는 나영석의 모습이 MZ세대에 어필했다”고 분석했다.

영상찍는, 무해한 ‘찐 요즘 애들’… 골라내 내세운 자신감

지구오락실 출연진은 MZ 세대에는 인지도가 높지만, TV 주 시청층에겐 다소 낯선 인물들이다. 제작진은 굳이 설명 자막을 넣어가면서까지 새 얼굴을 기용했다. tvN

지구오락실 출연진은 MZ 세대에는 인지도가 높지만, TV 주 시청층에겐 다소 낯선 인물들이다. 제작진은 굳이 설명 자막을 넣어가면서까지 새 얼굴을 기용했다. tvN

‘지구오락실’ 출연진은 개그우먼, 아이돌, 유튜버로 젊은 층에는 유명하지만, TV 주 시청층을 위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생소한 얼굴들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 모험적 캐스팅”이라며 “새 얼굴을 골라내 힘을 실어주는 것도 나영석의 능력이자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영상에 익숙한 출연진은 쉬는 시간에도 각자 개인 콘텐트를 찍고,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도 쉴 새 없이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담는다. 김헌식 평론가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 스스로 표정 연기도 하고, 순발력도 좋고, 자기 유튜브 진행하듯 행동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출연진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지구오락실' 출연진들은 자유시간을 건 게임을 하면서도 옆사람을 칠까봐 동작을 줄이는 배려심을 보인다. 이영지는 팔동작을 신경쓰다가 게임에서 탈락했다. tvN

'지구오락실' 출연진들은 자유시간을 건 게임을 하면서도 옆사람을 칠까봐 동작을 줄이는 배려심을 보인다. 이영지는 팔동작을 신경쓰다가 게임에서 탈락했다. tvN

출연진이 서로 헐뜯지 않고 배려하는 모습도 이전 '나영석 표' 게임 예능에서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춤 추는 미션을 하면서도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칠까 봐” 동작을 틀리기도 하고, 게임을 틀려도 비난하거나 타박하지 않는다. 배가 불러서, 기운이 없어서 게임을 못해도 그게 최선인 거라고 쿨하게 인정한다. 김성수 평론가는 “'지구오락실'은 '신서유기'의 배신, ‘나만 아니면 돼’가 없다”며 “소통‧이해‧배려가 더해진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나영석의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해온 근력…‘요즘 웃음’ 코드 맞췄다

나영석 PD는 '지구오락실'에서 '재촉당하는 영석이 형' 이미지를 새로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친근한 이미지의 나영석이 등장하면서 낯선 인물들과 균형을 맞추는 면이 있고, PD 본인의 호감도도 높은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사진 tvN

나영석 PD는 '지구오락실'에서 '재촉당하는 영석이 형' 이미지를 새로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친근한 이미지의 나영석이 등장하면서 낯선 인물들과 균형을 맞추는 면이 있고, PD 본인의 호감도도 높은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사진 tvN

‘지구오락실’의 게임 장면에선 제작진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유튜브 예능과 비슷한 모양새다. 출연진과 함께 뒷 이야기를 풀어놓는 ‘리뷰 라이브’도 진행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나영석 PD가 유튜브 콘텐트를 꾸준히 해와 '요즘 웃음'의 결을 잘 알고 있다"며 "연출자의 열려있는 태도가 좋은 결과물을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웃음소리, 자막, 라이브 홍보 등 이른바 '유튜브 갬성('감성'의 은어)'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며 "끊임없이 대중의 니즈를 파악하고 변화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