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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식당 지배인도 韓서 징역…'강제북송' 檢 주목한 판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북한 주민이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를 처벌’한 판례를 수집하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특히 2016년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의 지배인이 과거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한국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판례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탈북민이 귀순 이전 저지른 과거 범죄를 국내에서 처벌한 전례가 없다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강제북송 관련 핵심 피고발인들의 논리를 깨뜨릴 법원의 판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재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4월 7일 한국으로 들어온 종업원들. 사진 통일부

중국 소재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4월 7일 한국으로 들어온 종업원들. 사진 통일부

檢, '북한 식당 집단 탈북' 지배인, 종업원 폭행 징역형 주목

3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북한 주민의 해외 범죄에 대해 국내 법원의 재판권을 명시한 판례를 확보하고, 이를 서 전 원장 등에게 혐의를 적용하는 데 근거로 삼을 방침이다. 이 판결은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6월 ‘북한식당 집단 탈북’ 사건의 총지배인을 폭행·감금 및 상해죄로 징역 1년을 선고한 내용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14년 중국 옌지(延吉)시의 ‘진달래 식당’에서 총지배인 강모(41)씨가 종업원 김모(32)씨를 폭행한 데서 시작됐다. 강씨는 그해 9월 김씨가 허락없이 백화점 쇼핑을 이유로 5시간동안 외출했다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다리를 걷어찼다. 2015년 6월엔 상사인 종업원 조장과 싸웠다는 이유로 김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가슴과 배를 폭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상의를 벗기고 손으로 머리를 잡아 벽에 부딪히는 등 범행은 계속됐다고 한다.

이후 지배인 강씨와 김씨는 2016년 4월 말레이시아를 거쳐 다른 종업원 11명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했고, 북한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으로 국내 외에 알려졌다.

북한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탈북한 중국 내 북한식당 내에서 종업원들이 근무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북한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탈북한 중국 내 북한식당 내에서 종업원들이 근무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혐의 중 상해 혐의만 귀순 두 달 뒤인 2016년 6월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에서 말대꾸를 한다는 이유로 분유통을 던져 정수리 앞부분을 찢어지게 한 데 대해 적용됐다.

강씨는 당시 재판에서 서훈 전 원장 측과 유사한 논리로 “제가 북한 주민일 당시 외국에서 범한 범행이므로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법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인 피고인에게도 외국인 중국에서의 범행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2019년 11월 탈북 어민들 역시 살인 혐의가 있었더라도 국내에서 수사·재판을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를 구성한 상태다. 당시 문재인 정부 대북라인 인사들은 “탈북 어민들의 살인 혐의가 유력한 상황에서 귀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 살인을 저질렀다 해도 현행법에 따라 국내에서 형사 절차를 밟게 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이 강제북송을 현행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만큼 서 전 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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