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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에 해외직구족 국내로…엔저에 일본 직구는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정모(35)씨는 최근 캐나다 브랜드 레깅스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하려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 정씨가 사려던 레깅스는 60달러로, 달러 대비 원화값이 1100원대이던 지난해 이맘 때는 6만80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달러 대비 원화값이 1300원대로 떨어진(환율은 상승) 지금은 7만8000원 수준으로 부담이 커졌다. 정씨는 “결국 같은 제품을 국내 쇼핑몰에서 8만5000원에 샀다”며 “배송대행료 등을 더하면 국내 쇼핑몰에서 할인 쿠폰을 적용해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배송도 빠르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3년만에 찾아온 강달러 현상에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해외 직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정씨처럼 국내 쇼핑몰로 유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해외 직구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 온라인 카페에는 환율 때문에 해외 직구를 해도 비싸게 느껴진다거나 국내 쇼핑몰과 가격을 비교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3일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 구매(해외 직구) 금액은 1조3021억원으로 전분기(1조3714억원)보다 5.1% 줄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늘긴했으나, 해외 직구 금액은 지난해 4분기(1조5092억원)부터 내리막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미국에서의 해외 직구 금액이 지난해 4분기 6009억원, 올해 1분기 5543억원, 2분기 5123억원 등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올 상반기(1∼6월) BC카드 고객들의 해외 직구 건수는 1년 전에 비해 1.4% 줄었는데, 미국 시장에서의 결제 건수가 18.3%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말 1180~1190원대를 오가던 달러대비 원화가치가 올해 4월 1250원대로 내려간간 데 이어, 최근에는 1310원대에 거래되는 등 강달러 추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 제품의 가격이 비싸지면서 해외 직구족들의 지갑도 닫히게 된 것이다.

반면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그간 해외 직구 시장에서 ‘비주류’였던 일본이 해외 직구족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2분기 일본에서의 해외 직구 금액은 10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31.1%, 전분기 대비로는 11.7%나 늘었다. BC카드 분석에서도 상반기 일본 직구 결제건 수는 1년 새 21.3% 급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실 일본 직구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배송대행료가 비싸고 서비스 업체도 적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 됐었다. 하지만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지난 3월 말 100엔당 1000원선으로 오르고(환율은 하락)더니, 지난달에는 950원선으로 오르는 등 엔화 약세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 제품의 가격이 싸지며 가격 메리트가 생기자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일본 직구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권선무 BC카드 신금융연구소 전무는 “상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많이 활용하다보니 환율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에서의 직구 인기가 사그라들었다고 보기는 힘들고, 강달러 추세에 따라 일부 직구족이 국내나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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