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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비판한 WP "대만 진짜 위기 시작…미·중, 격랑에 빠질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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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이뤄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중 관계를 격랑에 빠뜨리고 대만을 장기적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미국 외교·안보 분석가의 지적이 나왔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일 밤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해 1박2일 일정을 소화 중이다.

 3일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타이페이에서 대만 국회의원과 만난 뒤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일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타이페이에서 대만 국회의원과 만난 뒤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분야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대만의 진짜 위기는 펠로시 귀국 후 시작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펠로시의 대만 방문 후폭풍은 그가 집으로 돌아간 뒤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 몰아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지도자들은 당장은 대만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미·중 관계를 영원히 바꿔놓고 대만을 고통스럽게 만들 단계적 대응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긴은 중국의 일차적 보복 대상은 대만이 될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는 이미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상륙하기도 전에 100개 이상의 대만 식품 수출업체들의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또 대만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위협도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일 중국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대만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이어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핑계 삼아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긴은 미국의 한 행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대만을 해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과거 수년간 중국은 적의 실수를 포착하면 역공의 빌미로 삼아왔는데, 이번 사건(펠로시의 대만 방문) 역시 그렇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줄곧 거론해온 미·중 관계의 가드레일(guardrail, 양국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한계선) 구축 역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로긴은 “중국 지도부는 이번 방문을 (가드레일 구축에 대한) 거절의 편리한 정당화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일 대만 타이페이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 대만 타이페이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대만 방문을 제3차 대만해협 위기와 비교하기도 했다. 제3차 대만해협 위기는 1995년 7월 대만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모교인 미국 코넬대에서 강연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신청한 비자가 발급되자 이에 격분한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위기를 촉발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시로 대만해협에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로긴은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중국 역사상 가장 큰 군사력 증강을 목격해야 했다”면서 “즉각적 위기는 피했지만 미‧중 전략 게임 판도가 완전히 바뀐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남긴 그나마 ‘희망적 전망’이 있다면, 중국의 과민반응을 본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 정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만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과 군사적 침략 가능성을 키우고, 대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군사·경제·외교적 노력과 부담 또한 증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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