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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김밥·김치찌개…사상 처음 8대 외식상품 다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동작구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장모(30)씨는 지난달 메뉴판을 새로 찍었다. 테이블마다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종이 메뉴판을 사용하는데 최근 원재료 상승 부담이 커지자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리는 식으로 메뉴판을 바꿨다. 그는 “와인은 20%에서 최대 2배까지 가격이 올랐고, 계란이나 밀가루가 들어가는 빵·파스타는 계속 비싸지는 상황”이라며 “올해 초부터 올리고 싶었지만 손님이 줄까 봐 참았는데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주요 외식 가격 다 올라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배너에 인상된 가격표가 덧붙여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배너에 인상된 가격표가 덧붙여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상공인의 ‘메뉴판 갈이’가 본격화하면서 외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곡물에 이어 농축산물 가격까지 줄줄이 오른 여파다. 3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8대 외식품목의 서울 지역 7월 평균가격은 전달에 비해 하나도 빠짐없이 높아졌다.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외식메뉴 8가지를 지정한 것으로, 자장면·냉면·칼국수·김밥·김치찌개백반·비빔밥·삼겹살·삼계탕 등이다.

외식품목의 평균가격을 처음 공표한 건 2014년 2월이다. 이후 매달 조사를 거쳐 공개해왔는데 한 달 새 모든 외식품목의 가격이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됐던 2020년만 해도 가격의 변화가 없거나, 한두가지 품목만 제한적으로 오르곤 했다.

자장면 15%, 칼국수 12% ↑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서울 기준 자장면 가격은 평균 6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462원)보다 15.3% 상승했다. 칼국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평균 8385원에 팔려 같은 기간 상승률이 12.4%에 달했다. 9.3% 상승한 삼계탕(1만5385원), 8.8% 오른 냉면(1만423원)이 뒤를 이었다. 값싸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대표 서민 음식인 김밥의 경우 8.7%가 오르면서 2969원으로, 3000원대 진입을 앞뒀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점심 외식을 피하기 어려운 직장인들 사이에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국제곡물 가격 인상으로 인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가루를 많이 쓰는 외식품목의 인상률이 특히 높았다. 10%가 넘게 오른 자장면과 칼국수가 대표적이다.

30여년만 최고 상승률, ‘메뉴판 갈이’ 러시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랐다.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기간 배추(72.7%), 시금치(70.6%), 파(48.5%) 등 한식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말부터 외식가격 상승세는 이어져 왔지만, 짧은 기간에 전 품목의 평균 가격이 상승한 건 이례적이다. 물가 충격이 외식에 본격적으로 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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