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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지지율 탓" "당이 뭘 도와줬나" 여의도·용산 거칠어진 '네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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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원 구성만 완료되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원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난달 말 국민의힘 관계자가 한 발언이다. 국회가 가동돼 여당이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위기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반대로 국민의힘은 원 구성을 기점으로 악몽 같은 한 주를 보냈다. 국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첫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민감한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된 것이 계기였다. 이후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직 사퇴, 최고위원 3인(조수진·배현진·윤영석)의 사퇴 등 지도부 붕괴 사태를 맞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전국위 소집을 2일 최고위에서 의결했다. 이처럼 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에서 요즘 ‘대통령실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여당이 붕괴 직전까지 몰린 근본적인 원인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고, 트리거(trigger·방아쇠)를 당긴 것은 대통령이 보낸 텔레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책임 소재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원인을 직시해야지, 쉬쉬하면서 대통령실 눈치만 봐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여당이 민생 대신 당권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도 “당이 반성할 부분이지만, 이런 상황을 초래한 구조적 원인도 들여다봐야 한다”(여권 관계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3선을 지낸 여권 관계자는 “당권 싸움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인사들은 대다수가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라며 “당이 민생보다 대통령 눈치를 더 보도록 만드는 구조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선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도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일 라디오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대통령실과 내각이 보필을 못 하고, 여당이 국정운영을 도와주지 못해서도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국정 운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3선의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통령 본인의 문제”라며 “당에서 직무 대행이 그만뒀는데, 대통령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이 당의 비대위 전환을 설득했다는 보도를 두고 “정무수석부터 다 사퇴해야 한다. 당무에 개입 안 하겠다던 대통령도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5선의 조경태 의원도 이날 “대통령실부터 인적 쇄신을 하지 않으면 분위기 반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양금희 원내대변인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박형수, 양금희 원내대변인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 일각에서는 여권 위기가 대통령실에서 출발했다는 근거로 당 지지율보다 낮은 윤 대통령 지지율을 거론하기도 한다. 한국갤럽의 7월 26~28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8%였는데,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6%로 민주당과 동률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7월 29~30일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3.3%포인트 하락한 28.9%였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오른 33.8%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역구 초선 의원은 “당도 문제지만, 대통령 지지율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실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와 달리 당 지지율 조사는 민주당과 상대평가에 따른 반사이익”(친윤계 초선의원)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등을 두고서도 여당 일각에는 “정권과 여권 한복판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당 재선 의원)라는 우려가 크다. 김 여사의 논문 4편의 표절 의혹을 조사한 국민대가 1일 “3편은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1편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자 당 일각에서는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지율 측면에서는 절대 좋지 않은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 일각, 친윤계는 “당이 뭘 도와줬나”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면 대통령실과 핵심 친윤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체 당이 뭘 도와줬느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기는 커녕, 분란의 중심에 서서 국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며 “지금은 대통령과 정부를 탓할 때가 아니라 한 몸처럼 성공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선대위에서 활동한 여권 관계자는 “텔레그램 파동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쪽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이 사진기자에 포착된 데 따른 ‘여당발 실수’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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