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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초등교 시험보고, 저 동네 안 보고…손놓은 국가교육위

중앙일보

입력

28일 강원 춘천시 내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28일 강원 춘천시 내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는 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도보 약 20분 거리인 경남 양산의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이같은 '가상의' 두 학교 사례는 올해부터 현실이 될 수 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부산은 8년만에 보수 성향의 하윤수 교육감이 당선됐고, 경남은 진보 성향의 박종훈 교육감이 3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교 희망에 따라 자율로 응시하는데, 부산에서는 교육감 재량으로 모든 학교가 응시하게 한 것이다. '일제고사' 식의 전수 평가를 반대한 진보교육감 때와 180도 달라졌다.

11일 오후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 총회에 참석한 전국 교육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11일 오후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 총회에 참석한 전국 교육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부산 외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 교육감 성향이 바뀐 지역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진보에서 보수로 교체된 경기‧강원‧충북‧제주 등에서도 학업성취도평가나 인권조례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교육감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책이 뒤바뀌면서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4년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현진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정치 논리에 따라 정책이 바뀌면 갈등이 일어나고 정작 필요한 교육은 이뤄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전임자와 차별화되는 정책을 시도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새 정책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은 학습 의욕이 상실되고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일을 막고 중장기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기구가 국가교육위원회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일인 21일을 열흘이나 넘기고도 위원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21명의 위원 중 확정된 자리는 당연직인 장상윤 교육부차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추천한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추천한 남성희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등 4명뿐이다.

교육계에선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해도 의견 수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자사고 폐지 문제 등 이념에 따라 첨예하게 찬반이 갈리는 문제를 두고 위원회 내에서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앞서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사고를 존치하는 방향을 밝혔지만 자사고 폐지에 입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부 방침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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