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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위에 '철없이' 모피·패딩 지른다...역시즌 패션 완판사태, 왜

중앙일보

입력

치솟는 물가와 환율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지속하면서 유통가에 ‘역시즌’ 바람이 불고 있다. 더위가 절정인 한여름, 보기만 해도 땀이 날 것 같은 모피·패딩·양털 부츠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어서다.

통상보다 빠른 역시즌 행사, 매출도 쑥

지난 6월 롯데홈쇼핑이 역시즌 인기 아이템인 모피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 롯데홈쇼핑]

지난 6월 롯데홈쇼핑이 역시즌 인기 아이템인 모피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 롯데홈쇼핑]

3일 유통·패션 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겨울 상품을 할인해 파는 ‘역시즌 기획전’은 예년보다 보름~한달가량 앞당겨졌다. 판매 실적도 기대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1일 롯데홈쇼핑은 ‘한여름의 모피’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자체 브랜드 ‘LBL’의 올가을·겨울 상품부터 직수입 상품까지, 4종의 모피를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가격은 80만~1000만원대였다. 앞서 11일에도 대표 패션 프로그램 ‘엘쇼(L.SHOW)’에서 150분간 역시즌 특집 방송을 진행하며 양모 후드 베스트·밍크 재킷·머플러 등을 선보였다.

한여름에 모피가 팔릴까 싶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1일 방송에서는 1100세트가, 11일 방송에서는 약 2만 세트가 판매됐다.

롯데온도 지난 6월부터 ‘돌아온 역시즌’을 주제로 패딩·코트 등 겨울 의류를 선보였다. 통상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평년 역시즌 세일보다 2주일 앞당긴 일정이었다. 지난해 같은 행사 때와 비교해 니트·스웨터의 매출은 100% 이상, 점퍼·패딩·야상도 50% 증가했다.

지난 6월부터 패딩 코트 등 겨울 의류를 선보이고 있는 롯데온은 8월에는 겨울 신발 등 잡화로 역시즌 세일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롯데온]

지난 6월부터 패딩 코트 등 겨울 의류를 선보이고 있는 롯데온은 8월에는 겨울 신발 등 잡화로 역시즌 세일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롯데온]

황형서 롯데온 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올해는 고물가 등으로 합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겨울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역시즌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며 “보통 가격대가 높아 하나 장만한다는 마음으로 사기 마련인 겨울 외투를 역시즌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시즌 역발상, 홈쇼핑 업계가 시작

유통 업계에 따르면 한여름의 모피 코트와 패딩이라는 역발상은 지난 2000년대 초반 홈쇼핑 업계서 먼저 시작됐다. 수요가 적은 계절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파트너의 재고 부담을 해소하는 목적도 있었다. 매 계절 신상품을 제작하는 패션 업체에서는 ‘다음 계절’ 준비를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지난 계절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일종의 ‘이월상품 판매’ 목적이 강했다는 얘기다.

점차 홈쇼핑 역시즌 판매가 자리 잡았고, 특히 여름철 모피 수요가 높아졌다. 아예 소비자들 사이에 ‘모피는 여름에 홈쇼핑에서 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롯데홈쇼핑 역시즌 상품 매출은 평균 20% 이상 신장했고, 그 중 70%는 모피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지난 6월 11일 롯데홈쇼핑은 상반기 쇼핑 행사의 피날레로 밍크 재킷 등을 선보이는 역시즌 특집전을 진행했다. [사진 롯데홈쇼핑]

지난 6월 11일 롯데홈쇼핑은 상반기 쇼핑 행사의 피날레로 밍크 재킷 등을 선보이는 역시즌 특집전을 진행했다. [사진 롯데홈쇼핑]

최근에는 역시즌이지만 지난 상품이 아니라 아예 신상품을 앞당겨 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허고운 롯데홈쇼핑 패션의류팀장은 “무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가을·겨울 상품 판매가 앞당겨지는 추세인 데다, 계절을 타지 않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신제품을 역시즌에 내놓는 경우가 늘었다”며 “남들보다 일찌감치 론칭해 시즌 트렌드를 예측하려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팔 게 없네, 당겨 팔아 매출 확보

특히 올해 역시즌 행사가 빨라진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올해 봄부터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앞당겨 찾아온 더위로 인해 여름 의류를 판매하는 시기부터 빨랐다. 판매량도 코로나19 확산 일로였던 지난해 대비 대폭 늘어났다.

소비자 수요는 급증했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상황 예측이 어려웠던 패션 업계는 물량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년 빠르게 움직이는 패션 업계 특성상 여름 물량이 예상보다 일찍 동나자 아예 발 빠르게 가을 상품 제작에 들어간 업체들이 많다. 가을·겨울 제품을 앞당겨 제작해 7~8월부터 판매, 빠르게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이 역시즌 판매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오는 14일까지 2주간 가을, 겨울 상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역시즌 세일을 진행한다. [사진 W컨셉]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오는 14일까지 2주간 가을, 겨울 상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역시즌 세일을 진행한다. [사진 W컨셉]

구하기 힘든 패딩은 ‘선점’ 수요 높아

소비자 수요에 맞춰 역시즌 제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5일 평년보다 빠르게 프리미엄 패딩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8월 31일에 같은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오픈 이후 지금까지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행사 같은 기간 대비 43%가 넘는 신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전체 매출 신장률인 20%대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도 7월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7% 늘었다.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노비스 팝업. 지난해보다 빠르게 열었지만, 매출은 더 높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노비스 팝업. 지난해보다 빠르게 열었지만, 매출은 더 높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섭씨 30도를 넘는 한여름 날씨지만 두꺼운 패딩을 찾는 소비자들의 많은 이유가 뭘까.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패딩의 경우 한정된 재고로 해당 시즌에는 ‘구하기 어려운’ 특성이 수요를 역시즌으로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장 추위가 찾아오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의 경우 맞는 사이즈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상품이 출시될 때 남보다 빠르게 선점하려는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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