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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냐 6개월이냐…與 비대위에 복잡하게 얽힌 정치 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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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배현진, 윤영석 최고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배현진, 윤영석 최고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검찰 특수부 압수수색 작전 같다.”

지난달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로 시작돼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 체제 개편을 두고 2일 여권 인사가 한 말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한 비상 상황’이라고 뜻을 모은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8·15 광복절 이전 비대위를 출범시켜 여권 지도부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듯한 모양새다. 그동안 비대위 전환에 저항하던 친이준석계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웠지만, 양심을 팔아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는 자들에게 바보같이 당했다”며 사실상 비대위 전환을 인정하는 페이스북 글을 썼다.

하지만 이런 속도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비대위로 가는 진짜 험로는 지금부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회복, 22대 총선 공천권 등의 변수와 맞물려 국민의힘 비대위가 얼마나, 어떤 형태로 굴러가야하는지를 놓고 더 큰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① 조기 전대 위한 2개월 비대위냐, 6개월 징검다리 비대위냐

친윤계 내부에선 9월 말 임시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2개월 비대위’ 목소리가 크다. 이번 비대위의 목적을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수순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내년 1월까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대표 자리로 돌아오는 다리를 아예 불태우는 방식이다. 기존 당헌 당규엔 기존 대표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을 경우 선출되는 새 대표는 일단 기존 대표의 임기만 채우도록 돼 있지만, 이를 바꿔 온전한 2년 임기의 대표를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복귀도 봉쇄하고, 새 대표에게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보장해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차기 당권 주자로서 최근 친윤계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김기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는 빠른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와 가깝지만 비대위를 찬성하는 쪽과 친윤계와 거리가 있는 중립 지대 의원들 사이에선 ‘5~6개월 비대위’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징계 시기에 당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비대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 1월 이 대표의 대표직 복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같은 경우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내년 1월 9일 복귀할 수 있다는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쪽으로, 본인이 원하면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전제로 비대위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이지만 일단 비대위가 시작되면 여권 내 혼란을 우려해 이 대표의 복귀를 어둡게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전국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대표로 복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명예롭게 당을 위해서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투톱' 으로 불린다. 김성룡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투톱' 으로 불린다. 김성룡 기자

② 비대위원장은 친윤계냐, 비윤계냐, 원외 인사냐

비대위 성격이나 활동 기간을 규정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의 문제다. 계파 간 공방과 논란을 우려해 비대위 쟁점은 일단 비대위를 출범시킨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가 비대위 성격과 직결될 수 있다.

친윤계가 비대위 체제를 구상할 때부터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정진석·주호영 의원이다. 이들은 당내 최다선인 5선에다 둘 다 원내대표를 지낸 경륜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적극적으로 선거를 도운 인연도 있다. 하지만 친윤계 인사들조차 “정진석·주호영 의원이 위원장이 되면 이준석 대표와 이 대표가 더 강하게 반발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당내에선 원내 중립 성향으로 역시 5선인 정우택·조경태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비대위원장, 김황식·정홍원 전 국무총리 등 원외의 명망가가 언급되기도 한다. 조해진 의원은 “당내에 있는 분들은 모두 다 이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고 역량의 한계를 보여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단 비대위원장은 새 인물을 더 찾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초 ‘당 대표 또는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한다’는 당헌(96조3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서병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오른쪽)과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 의원은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와 오찬을 한 뒤 '5일 전국위 개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실무적으로 좀 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뉴스1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오른쪽)과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 의원은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와 오찬을 한 뒤 '5일 전국위 개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실무적으로 좀 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뉴스1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와 관련해 “(후보 물색) 시작 단계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해서 하겠다”며 “의원들에게 그룹별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 참석한 김황식 전 총리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해당 모임을 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지난 6월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 참석한 김황식 전 총리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해당 모임을 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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