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입학' 후폭풍…내친김에 박순애 '사후 청문회' 열자는 野

중앙일보

입력 2022.08.02 17:38

업데이트 2022.08.02 20:54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학제 개편안 추진 후폭풍이 국회를 덮쳤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론의 반발이 큰 정책이 “교육청과 논의하지 않고”(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 기습 발표되자 여당은 수습에 전전긍긍을, 야당은 총공세를 펴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박 부총리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가는 학제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박 부총리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가는 학제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대통령실

불만 터진 與…조경태 “대통령실 인적 쇄신 필요”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2일 브리핑에서 학제 개편 관련, “아무리 좋은 개혁과 정책의 내용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박 부총리에게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한 데 이은 속도 조절 주문이다.

하지만 박 부총리는 이런 정부 내 분위기와는 손발이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총리가 속도 조절을 주문한 날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입학연령을 1개월씩 12년에 걸쳐 줄이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사흘 전 3개월씩 쪼개 4년에 걸쳐 취학 연령을 낮추겠다던 방안을 변형한 건데, 교육계에선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결국 밀어붙이겠단 뜻 아니냐”(서울지역 사립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1일 KBS1 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 전화 인터뷰 중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사진 KBS1라디오 유튜브 캡처

지난 1일 KBS1 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 전화 인터뷰 중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사진 KBS1라디오 유튜브 캡처

결국 국민의힘에서도 공개 불만이 나왔다. 5선 조경태 의원은 1일 저녁 라디오에 출연해 “교육장관의 자질과 능력이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분들은 전면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학제 개편을 공약했던 안철수 의원조차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다면 소모적인 논란에 머물지는 않았을 것”(페이스북)이라며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공세 펴는 野…내친김에 “박순애 청문회 열자”

민주당은 공세 고삐를 바짝 죄었다. 2일 하루에만 “부적격 백화점 박 부총리의 졸속 학제 개편”(박홍근 원내대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책 발표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준다”(이수진 원내대변인)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당권 주자들도 “윤 대통령께 개편안 철회를 요청한다”(이재명 의원), “사고치고 사후 의견수렴 하는 게 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냐”(박용진 의원)고 가세했다. 원외에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박 부총리의 음주운전 전력에 빗대, 학제 개편안을 “음주 교육정책”이라고 비꼬았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1차회의가 열려 간사선임건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1차회의가 열려 간사선임건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들어 이날 처음으로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선 박 부총리 인사청문회를 열자는 요구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박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음주운전 이력과 논문 표절 의혹이 드러났지만, 당시 원 구성 지연으로 결국 청문회를 건너뛴 채 임명됐다.

5선 안민석 의원이 “청문회에 준하는 상임위를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포문을 연 후 민주당 의원들은 릴레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청문회를 요구했다. 법적으론 정식 청문회 기한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청문회에 준하는 인사검증이라는 것은 간단하다. 교육부에서 자료를 제출하고, 여당이 증인ㆍ참고인 출석을 의결로서 인정하면 된다”(김영호 의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5일 “박 부총리 경우엔 상임위가 구성되면 인사청문회 수준의 검증 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을 여러 번 언급하며 “대국민 약속을 간과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에선 “청문회는 임명되기 전 하는 것”(서병수 의원)이란 반박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과거에도 임명 후 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진행한 적 있다”고 맞섰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1차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의 사후 청문회를 요구하며 과거 있었던 사후 청문회 사례가 적힌 판넬을 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1차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의 사후 청문회를 요구하며 과거 있었던 사후 청문회 사례가 적힌 판넬을 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실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김병준 경제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공식 청문회(7월 18일)를 거쳐 임명된 후에도 논문 표절 의혹이 계속되자, 결국 8월 1일 국회 교육위에서 두 번째 청문회를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장관이 원 구성 지연으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임명되자, 이후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논란 계속되면 野 이득…학제 개편 논란 여야 방정식

민주당으로선 호재다. 윤석열 정부의 졸속 정책 추진과 박 부총리 '인선 실패'를 부각할 수도 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주최로 열린 만 5세 조기 취학 개편안 철회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주최로 열린 만 5세 조기 취학 개편안 철회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 지형상에서도 야권이 불리할 게 없다. 맘 카페와 시민단체들이 연일 반대 여론을 주도 중이다. 노무현ㆍ이명박 정부 때도 학제 개편을 추진하다 여론 반대에 결국 무산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07년 만 5세 입학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모든 연령대별ㆍ거주지역별ㆍ유형별로 반대 의견이 62~73%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를 발표하며 “학제개편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경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 되지 않고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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