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송고가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에서 강호 청담고를 꺾는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말 백송고 지휘봉을 잡은 박종호 감독은 부임 후 첫 전국대회 승리를 신고했다.
백송고는 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담고와의 대회 첫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청담고는 지난 5월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준우승한 강팀이다. 첫 상대로 난적을 맞닥뜨린 백송고는 전력상 패색이 짙어 보였지만, 철벽 마운드를 앞세워 값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종호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따고, 프로야구 2루수 골든글러브도 세 차례 수상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스위치히터로는 역대 유일하게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11월 백송고 사령탑에 올랐고, 올해 본격적으로 고교야구 감독으로서 역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청담고가 강적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시작한 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후반기 주말리그 우승(경기권 A)만으로도 충분히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는데, 전국대회에서도 이렇게 강팀을 이겨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박 감독은 또 "부임 후 선수들이 즐겁고 기분 좋게 운동장에 나올 수 있도록,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또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수비 시프트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기존 선수들에게 시간을 더 할애하고 애정도 많이 쏟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백송고 선발 문정현의 역투가 빛났다. 문정현은 8이닝 동안 공 105개를 던지면서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청담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2-0으로 앞선 4회 말 1사 2루에서 청담고 4번 타자 최원준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은 게 유일한 실점이다. 박 감독은 "문정현이 최근 연습경기에서 잘 던져서 희망을 걸고 선발 투수로 내보냈는데, 기대보다 1000% 이상으로 잘 던져줬다"고 흐뭇해했다.
타선에선 이선명이 홀로 2타점을 올렸다. 2회 초 1사 2·3루에서 3루수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4회 초 1사 1·3루에서 다시 중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9회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이한은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1점 리드를 무사히 지켰다.
백송고는 4일 대전고와 16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대전고 역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강팀이다. 박 감독은 "지금의 1승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 큰 욕심은 없다. 아직 우리 전력이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선수들에게 '전국 대회는 축제니까 부담을 덜고 즐기자'고 말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대전고를 상대할 때도 편한 마음으로 즐기다 보면 이변이 또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