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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데 폰 고장났어" 이런 가짜 자녀 129명 적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청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청

‘엄마 나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수리 맡겼어. 수리비 청구할 수 있게 보내준 링크 설치해줘.’
50대 주부 A씨는 지난 6월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휴대전화가 고장 난 딸이 보낸 문자 메시지라고 생각한 A씨는 이 링크에 접속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수리비 청구가 아닌 원격제어 프로그램이었다. A씨가 수상함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삭제하려고 했을 땐 이미 피싱 조직이 A씨 명의로 대출을 받아 수백만 원을 빼돌린 뒤였다.

경찰, 메신저·몸캠피싱 조직 129명 적발

자녀를 사칭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 등으로 금품을 빼돌린 메신저·몸캠 피싱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컴퓨터 등 이용사기와 공갈,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피싱 범죄 조직원 129명을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한국 총책 B씨(30대) 등 35명을 구속하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C씨(50대)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또 범행에 사용한 현금카드 238매, 휴대전화와 유심칩 76개, 현금 1억 90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이 적발한 메신저 피싱 사례.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이 적발한 메신저 피싱 사례. 경기남부경찰청

B씨 일당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메시지 피싱 수법으로 금품을 빼앗았다. 무작위로 ‘엄마 나 폰 깨졌다(고장 났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수리비 등을 요구하며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했다. 이후 예금 잔액을 대포 통장 등으로 이체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가로챘다. 주로 자녀가 있는 40~50대가 피해를 봤다.
이들의 범죄는 자녀 사칭만이 아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분 관계를 맺은 이들과 음란 영상 채팅을 하면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휴대전화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휴대전화 속에 저장된 연락처 등을 빼낸 뒤 채팅하면서 녹화한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빼앗았다. 몸캠 피싱은 20~40대 젊은 남성층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피해자 돈으로 금 사고 금은방 계좌로 이체…자금 세탁도 

경찰이 적발한 피싱 조직은 총 3개다. 국내 인출책 등 25명을 붙잡아 19명을 구속했다. 조직원에는 해당하지 않는 단순 인출책이나 대포통장 제공자 등 104명도 검거해 16명을 구속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갈취당한 피해자만 538명으로 피해 금액은 44억 500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1억 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한 메신저 피싱 피해자는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예금 잔액이 모두 털리고, 피해자에게 신분증을 보내 대출이 실행되면서 대출금까지 억대의 피해를 봤다고 한다.

경찰이 피싱 조직에게 압수한 물품들.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이 피싱 조직에게 압수한 물품들.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총책과 관리책·수거책·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활동했다. 현금인출을 하는 수법이 아닌 금은방에서 금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을 했다. 금을 사면서 피해자 계좌에서 빼낸 돈을 금은방 계좌로 이체하고 이 금을 팔아 현금을 챙기는 방식이다.
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가족이나 지인이 휴대전화 고장이나 분실 등을 이유로 통화가 어렵다며 신분증 촬영이나 금융 정보를 요구하면 상대에게 전화해 본인이 맞는지 꼭 확인하고 상대방이 보낸 출처를 알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은 절대 설치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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