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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대신 구구절절 사연이…식당 앞 '착한 키오스크'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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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윤설이는 김익수 삼성전기 프로에게 한글을 배우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편지를 썼다. [사진 삼성전기]

7살 윤설이는 김익수 삼성전기 프로에게 한글을 배우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편지를 썼다. [사진 삼성전기]

아홉 살 현정이(가명)는 베트남 출신 엄마, 한 살 터울의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현정이는 골수 속 조혈모세포가 점차 고갈되는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한다. “종일 나를 간호하는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다”고 소원을 빈 현정이에게 특별한 ‘요리 선생님’이 생겼다. 안은혜 삼성전기 프로가 이런 사연을 듣고 현정이의 요리 선생님을 자처한 것이다.

2일 삼성전기는 지난 4월 시작한 임직원 기부 프로젝트 ‘1000원의 행복’을 통해 총 2700만원을 모금해 9명의 아동을 도왔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은 후원금을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재능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안은혜 프로도 그 중 한 명이다.

삼성전기는 수원·세종·부산사업장 식당 앞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키오스크엔 식사 메뉴 대신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사연이 올라와 있다. 발달 장애를 가진 하민이, 청각장애 부모와 살며 수어 통역사를 꿈꾸는 진수, 조부모와 살며 어려운 환경 속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수진이 등의 이야기다.

임직원들은 이런 사연을 읽어보고 후원하고 싶은 아동에게 사원증을 태깅하면, 월급에서 1000원씩 공제해 기부금으로 모은다. ‘나눔 키오스크’의 모금 한도는 아동 한 명당 300만원. 김모 프로는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나와 비슷한 사연을 보고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37만7000원(377회 태깅)을 후원했다. 회사 측은 “국내 사업장 임직원 3명 중 1명꼴로 모금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임직원이 나눔 키오스크에 태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삼성전기 임직원이 나눔 키오스크에 태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직원들은 최근 사연 속 아동들을 위해 재능기부도 시작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유치원에 다니지 못하는 윤설이를 위해선 김익수 프로가 ‘한글 선생님’을 자처했고, 수진이를 위해선 김겸식 프로가 매주 1회 피아노 레슨을 해주고 있다.

‘나눔 키오스크’는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사내 나눔문화 조성을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현재는 그룹 전체로 확대됐다. 삼성그룹은 올해 중으로 중국·인도·베트남 등 해외사업장까지 이 기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사내식당을 이용할 때마다 키오스크에 사원증을 태깅해 동참하고 있다.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많은 임직원이 나눔의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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