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메모리 반도체 생산 길 막나…삼성·하이닉스도 비상

지난 2018년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XM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국가 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우한신신은 YMTC의 자회사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조치를 강행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수출 제한 방안이 시행될 경우 중국 반도체 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국에 있는 반도체 제조공장은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낸드) 생산 시설과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미국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갖고 있다.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 사진 삼성전자

로이터는 “규제는 아직 미 정부가 초기 검토하는 단계로 초안도 작성되지 않았다”면서도 “실행될 경우 미국이 군사용이 아닌 상업용 메모리반도체의 중국 생산을 막기 위해 벌이는 첫 수출 규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대한 중대한 국가안보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노력을 저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의 주요 타깃은 첨단 낸드 칩 장비다. 미국 정부는 128단 이상의 고성능 낸드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 장비는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가 만든다. 실제로 팀 아처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가 확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공장.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면서 SK하이닉스의 소유가 됐다. 사진 소후닷컴 캡처

낸드는 D램과 함께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이다.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남는다. 스마트폰이나 PC, 콘솔 게임기, 기업 데이터센터 등에 두루 쓰인다. 낸드는 칩 안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인 단이 높을수록 용량이 크고 활용도가 높다.

바이든 행정부가 낸드를 겨냥한 건 중국 YMTC의 위협으로부터 자국 낸드 생산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YMTC는 중국 정부로부터 240억 달러(약 31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며“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YMTC의 저가공세로 낸드 시장에서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는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YMTC가 2020년 4월 개발했다며 공개한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 사진 YMTC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6년 설립된 YMTC는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는 기업이다. YMTC가 시스템반도체나 D램보다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낸드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확률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우한에 있는 YMTC 생산공장을 방문했다.

최근 YMTC는 낸드 분야에서 급속 성장 중이다.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시장에서 YMTC의 점유율은 약 5%로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할 낸드 공급 업체로 YMTC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욜 인텔리전스의 월트 쿤 분석가는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 제한 조처를 시행하면 YMTC의 낸드 제조 기술력은 128단에 머무를 수 있다”며 “이는 YMTC엔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