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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세워진 30m 여군동상…'청룡개발회사' 배후는 北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서아프리카 베냉의 최대도시 코토누에 건립한 30m규모 동상의 모습. 베냉 대통령실 트위터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서아프리카 베냉의 최대도시 코토누에 건립한 30m규모 동상의 모습. 베냉 대통령실 트위터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베냉 정부가 유엔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건립한 대형 동상의 제막식을 열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일 보도했다. VOA는 아프리카에 북한이 제작한 동상이 하나 더 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사례도 새롭게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냉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막식을 열고 베냉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건립된 30m 높이의 동상을 공개했다. 이 동상은 베냉의 전신 다호메이 왕조의 여군부대인 '다호메이 아마존' 군인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중국 업체를 내세워 아프리카 베냉에 대형 동상을 건설중이라고 미국의 소리(VOA)가 2020년 9월 보도했다. 베냉 현지매체인 베냉플러스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중국 업체를 내세워 아프리카 베냉에 대형 동상을 건설중이라고 미국의 소리(VOA)가 2020년 9월 보도했다. 베냉 현지매체인 베냉플러스홈페이지 캡처

앞서 VOA는 지난해 7월 이 동상의 컴퓨터 지원설계(CAD) 파일을 입수해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청룡국제개발회사'라는 위장회사를 세워 베냉정부로부터 수주받았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실제 도면에는 설계자와 조각가 등을 표시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K.C.J', 'R.Y.C'와 같이 한글 이름으로 추정되는 이니셜이 적혀 있었다.

북한의 동상 수출은 남북 간 외교 경쟁이 치열했던 1970년대 아프리카 신생국에 보낸 선물이 계기가 됐다. 북한의 각종 조형물은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럽게 주문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 내 최고의 미술 분야 집단 창작 단체인 만수대창작사를 내세워 외화벌이에 나섰다.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만수대창작사의 모습. 평양취재단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만수대창작사의 모습. 평양취재단

외화벌이는 주로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독재자의 대형 동상이나 기념비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특히 동상 제작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는데, 북한 전역에 있는 약 3만 5000개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제작한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만수대창작사가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랐던 2016년 당시 영국 BBC방송은 북한이 제작한 동상이 아프리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로 압도적인 크기를 꼽았다.

북한의 대표적인 수출품은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2010년 청동으로 만든 이 동상의 높이는 약 50m에 달한다. 미국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보다 큰 규모다.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세네갈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의 모습. 높이 50m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세네갈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의 모습. 높이 50m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짐바브웨를 37년간 철권통치한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동상과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 외곽에 있는 '독립투쟁영웅 기념비'도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다. 이밖에 보츠와나·앙골라·차드·토고·적도기니 등에도 북한이 만든 동상 세워져 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망을 촘촘히 죄면서 북한의 동상 수출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안보리는 2016년 제2321호 결의를 통해 북한의 동상 수출을 금지했고, 이듬해 제2371호 결의에서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MOP)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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