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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男하사와 입 맞춰라"...故이예람 중사 부대서 또 성추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임에게서 성추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군 인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15비에서 20대 초반 여군 하사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부대는 20비에서 성추행을 겪었던 이 중사가 전출돼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으로, 가해자는 이 중사가 숨진 이후인 2021년 7월 새로 부임한 B준위(44)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작된 성폭력은 피해자인 A하사가 4월 피해 신고를 할 때까지 이어졌다.

B준위는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A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A하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윗옷을 들쳐 부항을 놓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남자 하사와 입을 맞추고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지시했으며, A하사가 거부하자 자신의 손등에 남자 하사의 침을 묻힌 뒤 피해자에게 이를 핥으라고 강요했다.

A하사는 B준위의 강압에 못 이겨 남자 하자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3일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A하사는 이 과정에서 군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중이던 남자 하사가 A하사와 B준위를 성폭력 및 주거침입 혐의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A하사는 “당시 격리 숙소에 가자고 하는 B준위를 약 40분간 설득했지만,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군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군 검찰에 넘겼다.

B준위는 또 A하사에게 "나랑은 결혼 못 하니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

아울러 B준위는 A하사가 성추행·성희롱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할 때면 통상적인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A하사는 이 사실을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다. B준위는 이튿날 군사경찰대에 입건됐으며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B준위는 구속 직전인 4월 21일과 22일에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회유했다.

B준위는 성추행과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신고 이후에도 군이 부실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군이 피해자의 신고 직후 B준위를 다른 부대로 전출·파견하지 않고 4월 16∼17일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게 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밖에 A하사에 대해 부대 내 2차 가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청원 휴가를 냈던 A하사는 현재까지도 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공군 측은 “본 사건을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며, 수사과정에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인권위원회에도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부대는 지난 4월 A하사의 성폭력 사건 신고 직후 가해자를 구속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매뉴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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