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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한번 아닌 "고객이 원할 때 이자 준다"는 이 은행,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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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세상을 바꾸는 DX이야기(2) 

투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하고 은행은 대출받을 때나 가는 곳이라는 말이 최근 수년간의 불문율이었다. 어느덧 제로금리 시절을 지나 기준금리 2.25%의 시대를 맞이했고 다시금 은행의 안정적인 예·적금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냥 맡겨만 둬도 2%의 금리를 제공하고, 매일 매일 이자를 지급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키우면서 돈을 모아나가는 게임형 적금까지. 아직 만 1년도 안 된 토스뱅크가 내놓은 예금상품이다. 토스뱅크의 수신 상품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준 PO(프로덕트 오너)와 송관석 PM(프로덕트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스뱅크 김준 PO·송관석 PM 인터뷰 #우대금리 없고, 일복리 제공 #"기존 금융업 문법 깨나가겠다"

김준 토스뱅크 PO [사진 토스뱅크]

김준 토스뱅크 PO [사진 토스뱅크]

Q. 토스라고 하면 아직도 간편 송급앱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토스뱅크에 대해 소개해 달라.

A.토스뱅크는 간편 송금앱 ‘토스’의 자회사로 지난해 10월에 출범했다. 토스뱅크는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토스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토스앱 하나로 송금, 증권, 보험, 은행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원앱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9개월 만에 가입고객 360만명을 모았다.

Q. 토스뱅크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A.은행은 크게 수신과 여신 업무로 나뉘는데 수신부서에서 수신상품의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이자받기, 키워봐요 적금 등의 상품을 기획했다. 토스뱅크에 오기 전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Q. 출범 당시 일반 예금통장이 연 2% 금리를 제공해 화제였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고 토스뱅크도 예금금리를 좀 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A.재테크 카페나 SNS 등에서 고객 반응을 많이 살피는데 ‘토스 3% 가자' 등 금리 인상에 대한 의견이 많은 것 알고 있다. 좀 김빠지는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토스뱅크 입장에서 금리를 올리는 건 너무 뻔하고 쉬운 선택이다.

Q. 고객 입장에서는 좀 실망스러운 답변일 수 있다.
A.사실 토스뱅크는 애초에 금리 상승기를 대비해 연 2% 금리(최대 1억원)를 제공했던 게 아니다. 세 번째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인 만큼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만 기존 은행 대비 고정비가 낮은 만큼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시장 상황이나 타사 금리를 비교해 제공 금리를 0.1%라도 높이는 식으로 고객을 불러 모으는 접근은 지양하려고 한다.

송관석 토스뱅크 PM [사진 토스뱅크]

송관석 토스뱅크 PM [사진 토스뱅크]

Q. 토스뱅크는 상품 종류도 단순하고, 우대금리도 없다.
A.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건 기존 금융업의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 상품 구조를 보면 기본금리가 있고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대 몇 %라는 식이다. 근데 따져 보면 그 우대금리라는 게 카드를 얼마 이상 써야 하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등 받기가 까다롭다. 이런 구조를 가장 피하고 싶었다. 또 상품 가짓수가 많으면 고객이 상품을 다 비교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게 어떤 건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Q. 타깃으로 하는 특정 고객층이 없다는 말인가?
A. 토스뱅크 출범할 때도 그렇고 상품을 만들 때도 특정 연령이나 특정 고객층을 타깃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을 지양한다. 타깃팅은 결국 누군가를 소외시킨다. 인터넷은행은 젊은 사람만 많이 쓰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토스 앱 이용 고객 연령대는 20대(25.1%), 30대(25.4%), 40대(23.8%), 50대(19.2%) 등 골고루 차지한다.

'지금이자받기' 토스뱅크 화면 캡처

'지금이자받기' 토스뱅크 화면 캡처


Q. 매일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지금이자받기'가 나온 배경이 궁금하다.
A.토스뱅크 출범 당시 2% 금리만으로 화제가 많이 됐고 사전 신청 고객만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초반 화제성 이후에 성장세에 힘이 좀 빠졌다. 내부에서 생각했을 때 시중은행 일반 예금통장 금리가 0.1% 수준인데 사실 그냥 두기만 해도 연 2% 금리를 주는 토스뱅크 통장을 쓰지 않는 게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2% 이자가 고객 입장에서는 잘 와 닿지 않는 건 아닐까 싶었고, 이자를 매일 받을 수 있게 하면 고객이 잘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A.제일 먼저 든 의문은 과연 매일 이자를 주는 게 고객한테 좋은 일일까였다. 매일 남은 잔액에 대한 이자를 더하는 일복리가 되니 이자 면에서 유리하지만, 매일 신경 쓰고 들여다봐야 하는 게 고객한테는 피곤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과연 개발이 가능한가를 따져보니 상당히 많은 제약사항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왜 시중은행들은 이자를 월에 한 번씩만 주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사실 그건 은행의 시스템적 편의성 때문이다. 고민한 결과 고객이 자신이 받고 싶을 때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어떤 고객은 조금 더 쌓아서 한 번에 많은 이자를 받고 싶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매일 받아서 단돈 몇 원이라도 일복리를 누려보고 싶을 수도 있다. 다행히 고객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금융권에서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Q. 최근 국내외 기준금리가 올라 짠테크가 다시금 화두가 되면서 지금이자받기가 많이 회자하고 있는 것 같다.

A.지금이자받기의 트래픽이 가장 많은 시간이 자정부터 10분 정도 가량이다. 자정에 알람을 해두고 자기 전에 이걸 누르는 거다. 최근에 앱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많은 분이 찾는 것 같다. 그걸 노린 건 아니었지만 고금리 시대에 발맞춰 여기까지 맥락이 이어졌다.

Q. 최근엔 첫 적금상품도 출시했던데 동물을 키워나가는 방식인 점이 재미있다.

A.적금이라는 게 돈을 모으는 행위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돈을 모으는 행위에 대한 인게이지먼트를 주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으자, MBTI별로 그룹화해서 모으자, 게임처럼 하자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검토한 결과 재미요소를 강조하자로 의견이 모였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나 육성형으로 가는 방향이 가장 잘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돈을 모으는 시간을 귀여운 동물을 키우는 성장의 경험으로 바꿔주는 거다.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재미를 주면서 주변 사람들과도 함께 키워나갈 수 있게 했다.

‘키워봐요 적금’은 가입 시 동물의 알이 지급되며 다음 날 알이 부화되면서 동물을 확인할 수 있다. 동물은 유령, 거북이, 문어, 망아지 네 종으로 랜덤 지급된다. 6개월 동안 매주 자동이체 시 열 단계에 거쳐 자라며, 최종 만기 시 ‘전설의 동물’로 진화한다. 이후 적금 만기 해지 시 연 3% 금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Q. 토스 앱 화면은 직관적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구현되는지 궁금하다.

A.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객이 토스 앱에서 이자를 받거나 상품에 가입할 때 순간순간 느끼는 경험이다. 예를 들어 적금상품에 가입한다고 하면 여러 번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 버튼을 누를 때 문구를 뭐라고 할지, 동그라미 또는 네모로 할지, 동의 또는 오케이라고 할지, 동의 문구를 화면 아래에 둘지 혹은 중간에 둘지 등 계속 테스트하면서 사용자가 가장 좋은 경험을 하고 가장 전환이 잘 이뤄지는 문구와 구성으로 최적화해 나간다. 흔히 AB테스트(디지털 마케팅에서 두 가지 이상의 시안 중 최적안을 선정하기 위해 시험하는 방법)라고 하는데 수시로 AB테스트를 하기 때문에 두 명의 고객이 동시에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휴대폰에 보이는 화면은 다를 수 있다. 단어 하나 문구 하나를 정하는 데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사실 여신, 수신이라는 말도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한테야 익숙한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들으면 헷갈리고 어렵다. 굳이 그렇게 쓸 필요가 없어 토스뱅크에서는 모으기, 빌리기라고 했다. 지금이자받기, 키워봐요 적금 같은 이름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붙였다.

Q. 고객의 반응은 어떤 식으로 확인하고 적용하나?

A.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면 블로그나 커뮤니티, 재테크 카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응을 살핀다. 오류는 없는지 어떤 부분을 고객이 좋아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이자받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걱정이 컸다. 서비스 개시 직후 촉각을 곤두세워 수집되는 고객 반응을 살폈다. 지금이자받기의 경우 사실 무조건 반응이 좋을 줄 알았는데 취지를 의심하거나 무엇이 좋은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 그래서 바로 ‘이자를 지금 받으면 더 이득인 이유’라는 자료를 만들어 ‘지금이자받기’ 버튼 아래에 넣기도 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사실 토스뱅크는 인터넷뱅크로 치면 3번째 은행이고 후발주자다. 앞서 선배 사업자들이 여러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워줬고, 저희 역시 여러 의미 있는 경영성과가 없진 않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저희가 출범하면서 2% 파킹 통장을 내놓았을 때 사실 업계에서 ‘이게 말이 돼?’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에 시중은행에서도 조금씩 따라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물론 이후에 금리가 오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그런 깃발을 꽂지 않았다면 과연 그들이 그런 상품을 내놓았겠느냐는 생각이 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 앞으로 기존 금융의 문법으로 보지 않고 다른 접근을 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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