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나폴리는 축구에 미친 도시, 김민재 콜 상상하니 소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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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는 축구에 미친 도시다. 홈구장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는 5만4726명을 수용하는데, 상대팀이 누구든 매번 만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나폴리는 축구에 미친 도시다. 홈구장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는 5만4726명을 수용하는데, 상대팀이 누구든 매번 만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6)의 새 소속팀 SSC 나폴리.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팀이다. JTBC ‘비정상 회담’에 출연했던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몬디(38)가 SSC 나폴리와 나폴리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알베르토는 21세까지 세리에D(4부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뛴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중앙포토]

한국에서 활동 중인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중앙포토]

코로나19 여파로 고향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근 3년 만에 다녀왔다. 체류 기간에 이탈리아 일등 축구신문에서 ‘김민재의 나폴리 이적 확정 기사’가 떠 SNS를 통해 ‘던 딜(이적 확정)’을 알렸다. 난 유벤투스 팬인데 그동안 한국에서는 세리에A 중계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속으로 ‘김민재 제발 이탈리아로 갔으면’이라고 생각해왔다. 바람대로 SSC 나폴리에 입단했다.

나폴리는 이탈리아 3대 도시이며, 항구가 예쁜 ‘미항’으로 유명하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가 건설한 식민도시였는데 8세기에는 신화 속 인물인 파르테노페(Partenope·세이렌)로 이름을 바꿨다. 축구팀 별명으로 파르테노페이(Partenopei)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중세 13세기 이후로 유럽 최고의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남아있는 건축물과 유적지가 하도 많아 나폴리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성당도 굉장히 많아서 ‘1000개 성당의 도시’라 불린다. 유럽 최초의 동아시아학과가 생겨난 곳, 이탈리아 최고의 한국어학과가 있는 ‘열린 도시’가 바로 나폴리다.

나폴리 풍경. [사진 나폴리 비지트 인스타그램]

나폴리 풍경. [사진 나폴리 비지트 인스타그램]

다만 항구도시다 보니 다소 복잡하고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깔끔한 북부지역과 대조적이다. 1861년 토리노의 사보이 왕가를 중심으로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북부와 남부의 경제적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도 1인당 소득도 차이가 많이 난다. 나폴리는 부산과 비슷하다. 바다가 좋고 햇볕도 많다. 흥과 열정이 많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나폴리는 축구에 미친 도시다. 홈구장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는 5만4726명을 수용하는데, 상대팀이 누구든 매번 만석이다. 장내 아나운서 다니엘레 벨리니가 선수들의 이름을 선창하고 홈팬들이 후창하는 모습은 화제가 될 정도다. 곧 김민재의 이름이 여기서 불릴 것을 상상하니 소름이 돋는다.

나폴리를 세리에A 첫 정상으로 이끌었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 [AP=연합뉴스]

나폴리를 세리에A 첫 정상으로 이끌었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 [AP=연합뉴스]

지금도 나폴리에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숨결이 살아있다. 유벤투스와 인테르 밀란, AC밀란이 훨씬 강했는데 마라도나가 1987년과 1990년에 2차례 스쿠테토(세리에A 우승)를 따냈다. 나폴리 사람에게 역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는 마라도나 뿐이다.

나폴리에는 마라도나를 위한 사원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마라도나 생전에 생긴 곳이다. 도시 곳곳에 마라도나 그림이 있다. 나폴리 공동묘지 입구에는 ‘당신은 무엇을 놓쳤는가’라고 적혀있는데, 마라도나 경기를 보지 못하고 죽은 자들을 향한 문구다. 이렇게 마라도나와 관련된 장소만을 엮어 만든 여행 패키지도 있을 정도다.

작년 11월28일 나폴리 홈구장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내부의 마라도나 동상. [로이터=연합뉴스]

작년 11월28일 나폴리 홈구장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내부의 마라도나 동상.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마라도나가 나폴리 극장에서 팬들을 만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당시 입장료가 100만원~200만원에 달했는데도 난리가 났다. 나폴리에서 마라도나는 신 같은 존재다. ‘그레이트 뷰티’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나폴리 출신 파올로 소렌티노(이탈리아) 영화감독이 마라도나에 얽힌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신의 손’이란 영화를 제작할 정도다.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왼쪽) 나폴리 구단주와 김민재. [사진 데라우렌티스 트위터]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왼쪽) 나폴리 구단주와 김민재. [사진 데라우렌티스 트위터]

2004년 나폴리가 파산하고 세리에C(3부)까지 추락하자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이탈리아)가 구단을 인수해 3년 만에 세리에A로 승격시켰다. 아버지 루이지가 창립한 ‘필마우로’ 회사를 물려 받았다. 만들기만 하면 히트하는 코미디 영화 제작자로 유명하다.

요즘 나폴리 팬들은 데 라우렌티스 구단주에 불만이 많다. 거의 10년간 우승할 수 있는 팀인데 우승을 못하고 있어서다. 감독과 선수가 제일 잘할 때 팔아 버린다. 대표적으로 2018년에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과 미드필더 조르지뉴를 첼시로 보냈다. 앞서 2016년 곤살로 이과인을 유벤투스로 떠나 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로 이적 시켰다.

나폴리 팬들은 아쉬워하지만 데 라우렌티스는 “다른 구단은 다 손해인데, 나만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나폴리는 재정적으로 든든한 팀이다. 유지를 위해 제일 잘하는 선수를 팔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2~3위를 하는 걸 보면 대단하기도 하다. 축구단 운영도 영화 제작처럼 한다.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는 1일 이탈리아 카스텔디산그로에서 열린 마요르카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나폴리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 나폴리 트위터]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는 1일 이탈리아 카스텔디산그로에서 열린 마요르카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나폴리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 나폴리 트위터]

3년 전부터 이탈리아에서는 김민재가 나폴리, 유벤투스, 라치오에 간다는 말이 많았다. 이탈리아 축구팬에게 김민재는 낯설지 않다. 김민재를 향한 시선은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쿨리발리가 팀을 대표하는 너무 잘하는 선수여서 대체하기 쉽지 않을 거라 걱정한다. 한편으로는 나폴리와 링크됐던 수비수들 중에서 몸값이 비싸지만 실력이 좋아 구단주의 지갑을 열게 한 김민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도 한국 국가대표 경기를 봤는데 김민재는 수비의 리더다. 포지션을 잘 지키고, 굉장한 피지컬로 몸싸움도 잘하고, 공 잡았을 때 기술이 좋다. 타이밍을 잡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김민재의 존재 유무에 따른 수비라인 차이가 크다. 다만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리에A는 세계 4대리그이며 대단한 공격수들을 만날거다.

사실 쿨리발리가 2014년 나폴리에 처음 왔을 때 기술도 별로였고 문제점도 많았다. 그러나 사리, 젠나로 가투소,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밑에서 성장을 많이 했다. 팀의 리더로서 수비라인을 깔끔하게 이끌었고 몸싸움도 잘했다. 김민재도 전술적으로 강한 이탈리아 출신 좋은 감독 밑에서 보다 성숙할거다.

김민재의 새로운 스승인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김민재의 새로운 스승인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스팔레티 감독은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쓰고 가끔 4-3-3으로 바꾸기도 한다. 상대 뒷공간을 공격하는 축구를 많이 한다. 횡패스보다는 바로 찌르는 종패스를 선호한다. 수비라인을 굉장히 높게 올리며 공격할 때 중앙수비 2명만 남는다. 피지컬이 좋고 몸싸움을 잘하고 빠른 중앙수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스팔레티가 김민재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시즌 나폴리를 이끌 선수로는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스페인)와 피오트르 지엘린스키(폴란드), 공격수 빅토르 오시멘(나이지리아) 등이 있다. 최근 영입된 크비차 크바라트스켈리아(조지아)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엘린스키의 웨스트햄 이적설이 돌지만, 그럴 경우 이탈리아 국가대표 젊은 공격수인 자코모 라스파도리를 영입한다는 말도 있다.

세리에A는 유벤투스가 2011년부터 9년 연속 우승했고, 지난 시즌 AC밀란이 우승했지만, 인테르 밀란이 제일 강한 팀으로 꼽힌다. 새 시즌은 AS로마도 강하지만 이적 시장 결과가 어떻든 나폴리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다.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윗줄 오른쪽 둘째). 그는 1일 이탈리아 카스텔디산그로에서 열린 마요르카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나폴리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 나폴리 트위터]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윗줄 오른쪽 둘째). 그는 1일 이탈리아 카스텔디산그로에서 열린 마요르카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나폴리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 나폴리 트위터]

나폴리 구단은 김민재 영입 발표 때 나폴리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그를 ‘푸른 괴물’이라고 소개했다. 팬들도 멋있는 별명이며 김민재가 자전거를 즐겨 타고 기부도 많이 한다고 좋아한다.

김민재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임 쿨리발리에 대해 대단한 수비수이며 대체 불가능하다며 치켜세우고, 자신의 롤모델 중 하나로 나폴리 출신의 수비수인 칸나바로를 말했다. ‘Forza Napoli sempre!(나폴리 영원히 파이팅!)’라고 말하며 영리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이기고 잘하는 것보다 본인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팀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민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높다.

벌써부터 김민재가 두산 블라호비치(유벤투스),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테르 밀란)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뛴다.

알베르토 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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