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러군 향해 40년 칼 갈았다...'강철비' 美하이마스 비밀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2022.08.02 05:00

업데이트 2022.08.02 09:19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 사상자의 58%,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 사상자의 70%, 6ㆍ25 전쟁에서 미군 전사자의 66%가 포병에 의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포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5~6월,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포병의 사격발수는 우크라이나의 약 10배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군의 M-142 하이마스. AP=연합

미군의 M-142 하이마스. AP=연합

하지만, 미군의 M-142 고속기동 다련장 로켓(HIMARSㆍ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7월 말 우크라이나 제93기계화여단 지휘관은 “하이마스로 하르키우 동남쪽에 위치한 러시아 탄약고를 타격한 결과 포격이 10분의 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하이마스를 최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목록에 올렸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하이마스는 12문(4문 추가지원 예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적인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련장 로켓이라는 무기체계가 소련(러시아)과 미국에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찍 시작했으나, 정체된 러시아

“포병은 현대전의 신이다.”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다련장 로켓을 포병의 주력 무기로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도 소련이었다. 독특한 형상과 무시무시한 발사음 때문에 ‘스탈린의 오르간’이라고 불린 BM-13(구경 132㎜, 약 1만대 생산)이 대표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다양한 파생형(BM-8/구경 82㎜, BM-31/구경 300㎜)이 생산됐다.

 BM-13 다련장 로켓(일명, 스탈린의 오르간) 발사 장면 Real History Online

BM-13 다련장 로켓(일명, 스탈린의 오르간) 발사 장면 Real History Online

다련장 로켓의 단점은 낮은 정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은 일시에 다량의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을 보다 중요시했다. 예를 들면, BM-13 다련장 로켓 4문은 7~10초 동안 40만㎡의 면적에 총 4.35t의 고폭탄을 투발할 수 있었다. 효과는 재래식 화포 72문의 집중사격과 동일하다. 공격 초기 폭 1~2㎞ 구역을 집중적으로 타격하여 돌파구를 형성하거나, 방어 작전에서 적 주력 부대가 밀집된 지역을 타격하는 방식이었다. 일명, ‘카츄사(Katyusha)’로 통칭하는 소련의 다련장 로켓은 T-34 전차, IL-2 대전차 공격기와 함께 ‘소련을 구한 3대 무기체계’가 됐다.

이러한 군사적 전통은 냉전기간에도 이어졌다. 소련은 1960년대 BM-21(구경 122㎜), 70년대 BM-27(구경 220㎜), 80년대 BM-30(구경 300㎜) 등 다련장 로켓을 개발하면서 구경과 사거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80년대 소련군은 ‘전투력의 70%가 포병으로부터 창출된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냉전 해체 이후, 러시아군은 다련장 로켓의 발전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재도 60년대 생산된 BM-21을 운용하고 있으며, 주력은 70~80년대 생산된 BM-27ㆍ30이다. 개량된 BM-30 다련장 로켓은 2027년 후반기에나 배치될 예정이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러시아 다련장 로켓은 구경 확대와 사거리 연장에도 불구하고, 기술 수준 및 운용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늦게 시작했으나, 혁신한 미국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군도 T34(Calliope, 구경 114㎜) 같은 다련장 로켓을 운용했다. 하지만 생산량이 수 백문에 불과했기 때문에 포병의 주력 무기체계가 될 수는 없었다. 지상군도 압도적인 항공력 덕분에 다련장 로켓을 포병의 주력 무기체계로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M-270 MLRS 사격 훈련. 중앙포토

M-270 MLRS 사격 훈련. 중앙포토

70년대 후반, 미군은 소련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군사혁신을 추진했다. 75년 기준, 미군 대비 소련군의 지상병력은 2.5배(미국 97만명, 소련 239만명), 전차는 5배(미국 8700대, 소련 4만2000대)에 달했다. 가장 큰 고민은 ‘유럽 평원을 가로질러 파도처럼 들이닥칠(일명, 제파식 공격) 소련의 기갑부대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였다.

해결책은 ‘소련군을 종심지역에서부터 타격하여 근접지역에서는 약화된 적과 전투하는 것’이었다. 장약의 폭발력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포신 포병은 공학적 한계 때문에 구경 및 사거리의 획기적인 증가가 어려웠다. 대안은 대구경 다련장 로켓이었다. 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대규모 항공기 손실이 발생하자, 독자적인 종심타격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상군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 M270 다련장 로켓(MLRSㆍ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구경 227㎜)이다. 77년에 개발을 시작해, 83년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91년, 걸프전쟁에서 활약한 덕분에 이라크 병사들로부터 ‘강철 비(Iron Steel)’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진화적인 성능개량 과정을 거쳐 정밀타격과 신속성, 미사일과 통합 운용능력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1~2분 안에 적에게 강철비를 뿌려

첫째, 정밀타격은 로켓에 첨단 항법장치(GPS+INS)를 장착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유도로켓(GMLRS)은 92㎞ 이내의 표적을 10m 이내 오차로 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다련장 로켓은 이러한 능력이 없다. 물론, 비용 측면에서는 부담이 된다. 무유도 로켓은 1발당 3000~4000만원이지만, 유도 로켓(GMLRS)는 최소 1억원 이상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탄약 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있다.

미군의 M-142 하이마스는 C-130 수송기로 쉽게 옮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전 세계 어디라도 신속한 화력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EPA=연합

미군의 M-142 하이마스는 C-130 수송기로 쉽게 옮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전 세계 어디라도 신속한 화력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EPA=연합

둘째, 사격통제체계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신속한 사격이 가능토록 했다. 예를 들면, 표적 접수→사격제원 계산→발사대 지향→발사까지 모든 과정이 버튼 조작으로 총 1~2분이면 가능하다. 그리고 재장전은 포드(Pod) 형태 탄약포장과 유압 장치를 활용하여 5분 이내에 이뤄진다. 반면 러시아군의 아날로그 사격통제장치와 수동 재장전은 3~5배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셋째, 정밀타격과 신속성은 다련장 로켓의 운용범위를 더욱 확장했다. 최초에 의도했던 종심표적 타격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대(對) 화력전 수행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즉, 무인기와 대(對) 포병탐지레이더를 활용하여 적 포병 및 탄약 집적소 등을 탐지하여 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방식이다.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 능력은 M270의 생존성을 보장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전장의 주도권 장악과 적 포병에 의한 아군 인명 피해를 감소시키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육군전술미사일(ATACMS, 구경 600㎜, 사거리 300㎞) 발사도 가능하다. 표적의 특성에 따라 로켓과 미사일을 선택함으로써 전술적 융통성이 대폭 넓어진 것이다. 이것 역시 러시아군의 다련장 로켓과 차별화 된 능력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전(全) 지구적 차원의 전투력 투사를 위해 M270 계열을 C-130 수송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다련장 로켓이 M-142 하이마스다. 차체를 장갑차 형태에서 5t 표준 차량으로 교체하고, 발사대에 1회 장전 가능한 로켓 수량을 절반(12→6발)으로 줄인 것을 제외하면 M270 계열과 성능이 동일하다.

2022년 6월,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하이마스는 육군전술미사일이 제외됐다. 미국이 확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하이마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40년간 진화적 혁신의 산물이다.

혁신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  

군사혁신에서도 합목적성이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생각한 전차 운용의 목적은 제1차 세계대전처럼 ‘참호를 돌파하는 수단’에 한정돼 있었다. 반면, 독일군의 생각은 전차를 ‘적지 종심기동을 통한 전과확대의 수단’까지 확장됐다. 다련장 로켓에 대한 러시아군의 생각은 정체됐지만, 미군의 생각은 지속적으로 확장됐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무의 사격 모습. 한화

천무의 사격 모습. 한화

한국군의 천무도 M270 계열의 다련장 로켓과 대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향후, 전술지대지 미사일과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도 구비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래 전장에서 화력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지속적인 성능향상을 통해 운용범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혁신이란 어느 시점에 완료될 수 없다.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정체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퇴보를 의미한다. 러시아와 미국의 다련장 로켓 발전과정이 한국의 국방혁신에 교훈이 되기를 기대한다.

☞ 포병 무기체계 구분=통상 발사체를 기준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포신 포병과 로켓을 발사하는 로켓 포병으로 구분한다. 기고문의 주제인 다련장 로켓은 로켓 포병을 의미한다. 최근 사거리 1000㎞ 이사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SRBM)도 포병 무기체계에 포함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