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재민의 이코노믹스

20년 뒤 우주시장 3500조, 한국기업도 뛰게 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2.08.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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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더 미룰 수 없는 우주산업 육성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6월 말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우주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쾌거다. 오는 5일엔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도 예정돼 있다.

그간 우주가 호기심과 탐사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산업의 영역이다. 우주에서 새로운 인간활동과 자원개발이 점점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로켓 발사도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 우주관광도 첫발을 뗐다. 자율주행자동차 등 디지털 사회를 움직일 6세대 이동통신망(6G) 구축도 인공위성과 원활한 연결에 달려 있다. 달엔 헬륨3, 소행성엔 희토류가 가득하다. 이제 자석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회사까지 등장했다. 우주가 신산업을 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경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를 약 1000조원으로 내다본다. 메릴린치는 최소 3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우주 자원개발·기지건설 눈앞에
미래 열어가는 거대산업 발돋움

미국 중심 발걸음 갈수록 빨라져
중국·러시아 연합해 신냉전 양상

한국은 아직 위성 발사에 머물러
낡은 법 고쳐 민간투자 늘려가야

정부 ‘탐사’에서 민간 ‘산업’으로

이재민의 이코노믹스

이재민의 이코노믹스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도 민간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름하여 ‘뉴 스페이스(New Space)’다. 이 ‘새로운 우주’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오비털 사이언스 등 민간 우주회사들은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눈앞의  다누리호 발사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나인)’이라는 재활용 로켓으로 이루어진다.

2019년 5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출범한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은 2024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달에 다시 보내는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약정에 한국을 포함, 영국·프랑스·캐나다·일본 등 20개국이 참여한다. 이 약정은 인간을 달에 다시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민간기업의 우주개발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달·화성·혜성·소행성에서 민간기업이 우주자원을 채굴·활용(extraction and utilization)할 수 있음을 규정한다. 우주활동에 쓰이는 인프라, 즉 기술·체제의 호환성을 높여 상업적 활용을 지원하려 한다. 민간기업 활동을 위한 개별적 안전지대(safety zone) 설치도 자세히 규정한다.

이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도 2021년 3월 양자협정을 체결해 달에서 연구 활동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지상에서의 신냉전이 우주로도 이어진 양상이다. 중·러는 2035년까지 달에 공동 연구기지를 건설하려 한다. 그 성과와 과실은 양국 국영기업 및 정부 연관기업의 우주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이 남긴 과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렇든 우주개발을 둘러싼 각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우리 앞에도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이냐는 과제가 놓여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 주도로 시작했으나 이제 민간 분야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누리호 발사에 300여 민간 기업이 참여해 민·관 협력의 첫 단추를 끼운 건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추어 우주개발진흥법이 지난 6월 개정돼 12월 발효된다. 민간기업과 우주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본격적인 계획이 가동될 예정이다. 새로 개정된 내용을 보면 민간기업 창업을 촉진하고, 이들이 공공기관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유 기반시설을 사용토록 한다. 반도체 분야처럼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우주 신기술’로 이름 짓고, 이를 이용해 생산된 제품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하는 현실적인 내용도 담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위원장인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가 세부 사항을 논의하면,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국가우주위원회가 결정한다.

개정법에 따른 준비작업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7일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가 지원 대상 민간기업 선정 계획과 방침을 논의했다. 올 하반기에 선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우주산업 클러스터’ 추진계획도 검토됐다. 민간 주도의 발사체 특화지구와 위성 특화지구를 각각 지정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여러 후보지를 검토·결정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도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뉴’ 스페이스 vs ‘올드’ 법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한 지금, 관련법은 여전히 ‘올드 스페이스’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개정된 우주개발진흥법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큰 틀은 예전 그대로다. 예컨대 현재 우주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광물자원 채굴, 연구기지 건설과 관련된 연구와 산업은 정작 이번 법에서 빠진 상태로 남게 됐다. 어찌 된 일인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 법이 말하는 ‘우주개발’은 로켓 설계, 발사와 우주 공간 이용, 탐사에 국한된다(법 제2조). 요컨대 로켓과 우주 공간 두 가지만 우주개발 대상이다. 우주산업과 국가 간 경쟁의 주요 대상인 달·화성·소행성 등은 모두 생략됐다. 이들은 우주 공간이 아니라 천체(天體)인 까닭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가입한 1967년 우주조약도 ‘천체를 포함하는 우주’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우주활동을 규율한다. 그런데 왜 우리 법은 범위를 좁혀 두었을까.

이 법이 처음 도입된 건 2005년. 그땐 지금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내다볼 수 없었다. 사실 우주는 먼 미래의 일이었다. 유일한 관심이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었으니 우주라고 하면 위성이 들어가는 궤도, ‘우주 공간’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우주산업은 공간을 넘어 달·소행성과 같은 천체로 향한다. 광물자원이 모두 거기 묻혀 있고,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곳도 거기다.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은 현행 법에선 우주개발에 해당하지 않는다.

달·행성 연구·탐사는 제외돼

그 결과 이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도 지원대상에서 빠지게 되었다. 2005년 골격을 그대로 둔 까닭이다. 눈앞의 뉴 스페이스 시대, 아르테미스 계획과 전혀 맞지 않는다.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자원 채굴과 탐사, 우주 교통관제 등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해 앞으로 우주경제를 열어 가자”고 밝힌 것과도 동떨어져 있다. 조속히 다시 손봐야 한다.

우주개발을 위한 또 다른 법인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은 더 오래되었다. 1987년 도입 이후 큰 골격은 35년째 그대로다. 이 법이 적용되는 ‘항공우주산업’은 ‘항공기, 우주 비행체, 관련 부속기기 및 소재’를 생산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2조). 요컨대 우주산업이 로켓과 그 부속 및 소재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역시 지금 우리의 관심 대상인 우주의 다양한 개발과 이와 관련된 신산업은 빠져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이제 다시 매만질 시점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우주산업을 위한 양대 축인 두 법이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산업 육성에는 두 부처의 협업과 입체적 사고가 필수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두 부처가 각자 전문 영역을 유지하며 어떻게 서로 협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관련 법 수정 과정에 앞서 해결돼야 한다. 현재처럼 우주개발은 과기정통부, 항공우주산업은 산자부로 분리되면 해당 기업 입장에선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신설 항공우주청의 성공 조건

위 두 법은 각각 두 부처를 통해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새롭게 사업에 뛰어드는 민간기업들은 누구에게 어떤 지원을 요청해야 할지 복잡한 갈림길에 설 것이다. 항공우주 업무는 이들 두 부처에 더해 국방부·국토교통부도 관련된다. 광활한 우주 사안인 만큼 외국과의 접점도 계속 생기니 외교부도 빠질 수 없다.

나아가 항공우주청을 신설한다면 이 기관의 역할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우리나라만 우주전담 기구가 없다니 차제에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주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여러 부처와 업무 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혼선만 가중될 위험도 있다. 새로운 우주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적절한 역할과 권한이 정립돼야 한다. 부처 간 업무의 교통정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늘 공간의 제약에 갇혀 살아왔다. 좁은 국토 때문이다. 바야흐로 이 숙명에서 벗어날 계기가 왔다.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공간으로 진출하는 우주산업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두 시대가 동시에 다가온 지금, 우리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열려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