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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후남의 영화몽상

과학과 도술과 수퍼 히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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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후남 기자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최동훈 감독의 새 영화는 ‘외계+인 1부’라는 알쏭달쏭한 제목대로 외계인이 나온다. 정작 영화를 보면 외계인의 놀라운 과학문명보다 시간여행으로 등장하는 고려시대 배경의 도술이 더 인상적이다.

특히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라는 2인조 신선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손색없다. 신선이라고는 해도 실상은 신묘한 물건을 팔러 다니는 장사치들인데, 입담부터 고춘자·장소팔 못지않게 호흡이 좋다. 나아가 부적과 청동거울 같은 고전적 물품을 활용한 액션에선 기상천외의 장면에 유머까지 보여준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1부’. [사진 CJ ENM]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1부’. [사진 CJ ENM]

같은 감독의 전작 ‘전우치’(2009)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고전소설 주인공을 현대적 판타지 액션에 소환한 이 영화는 특히 전우치가 수묵화 속으로 뛰어들어 그림 속 말을 타고 사라지거나, 십이지신을 형상화한 요괴들과 대결을 벌이는 모습 등으로 고전에 기반을 둔 새로운 판타지를 구현했다. ‘전우치’의 흔적은 신작에도 여럿 눈에 띈다. 예컨대 도사 전우치를 따르는 초랭이(유해진)가 사람이 아니라 개였듯, ‘외계+인 1부’에서 고려 도사 무륵(류준열)을 따르는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은 사람이 아니라 부채 속 그림에서 튀어나온 고양이들로 그려진다.

과학기술만 아니라 마법이나 신화를 수퍼 히어로의 활약과 결합하는 건 할리우드 영화, 특히 마블 시리즈의 익숙한 설정이다. 마블 시리즈의 첫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비롯해 이후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헐크 등이 과학기술의 힘이나 그 부작용으로 결정적 힘을 얻었던 것과 달리 최근 한창 활약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의사 출신의 마법사다. 한참 앞서 등장한 토르는 그 원전인 북유럽신화에서처럼 신(神)이다.

물론 이런 캐릭터들이 뒤섞이는 서사의 설득력이 하루아침에 나온 건 아니다. 원작 만화부터 역사가 꽤 긴 데다, 마블은 지난 20여년간 전략적인 순서로 영화 시리즈를 이어갔다. 덕분에 원작 만화를 몰랐던 관객까지 그 세계관을 차곡차곡 학습했다. 그렇게 구축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우주를 가든, 시간여행을 하든, 멀티버스를 오가든 다시 새로운 설정이 쌓여간다.

‘외계+인 1부’는 그 세계관이 간단하진 않다. 외계인들이 그 옛날부터 지구인의 몸에 죄수들을 가둬뒀다는 식의 생전 처음 듣는 설정도 나온다. 개봉 이후 저조한 흥행 성적은 이런 세계관을 풀어내는 방식이 친절하거나 매끄럽지는 않다는 방증으로도 여겨진다. 영화 한 편에 담기엔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은 그래서 2부가 더 궁금해진다. 도술과 외계인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어떻게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할까. 무엇보다도, 1부의 저조한 흥행 속에 과연 2부의 흥행 반전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