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넉 달 연속 무역적자, 수출 전선 이상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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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7월 무역수지가 46억7천만 달러(약 6조900억원) 적자를 보여 넉달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7월 수출입 통계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20801

우리나라의 7월 무역수지가 46억7천만 달러(약 6조900억원) 적자를 보여 넉달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7월 수출입 통계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20801

올 무역적자 150억 달러 … 원화값 하락 요인  

수출 늘려 무역수지·외환보유액 잘 관리해야

무역수지가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4% 증가한 607억 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늘었지만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입은 더 크게 늘었다.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약 6조900억원) 적자였다. 4월 이후 줄곧 적자다. 넉 달 연속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1∼7월 누적 무역적자는 150억2500만 달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치였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어 향후 수출 둔화 가능성이 크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쌍둥이 적자’가 우려된다.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를 낸 것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중국의 대도시 봉쇄 탓이라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정부는 에너지 수입을 많이 하는 일본·독일·프랑스 등도 무역적자라고 설명하지만 두 차례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선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다. 무역적자가 쌓이면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외환 당국이 원화값의 과도한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외환시장 개입 등의 영향으로 현재 4383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우리 외환보유액의 적정 범위인 4680억~7021억 달러를 밑돈다.

물론 IMF 잣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아니다. 외환보유액 세계 1위인 중국도 IMF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 한국의 대외부채 중에는 장기 부채가 많고, 2015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대외부채보다 많은 순채권국이 된 만큼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민간의 대외순자산이 많으면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할 때(환율 급등)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한 달러 자금이 국내로 유입돼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조적인 무역적자나 외환보유액 감소는 시장이 흔들릴 때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유심히 관찰하는 변수라는 점에서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대외신인도를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역수지 적자가 에너지 수입액 급증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정부는 이달 발표하는 종합 수출대책에 수출금융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비롯해 수출 현장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