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찰국 출범 계기로 국민 불신·불안 해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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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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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다툼 속 ‘국민 치안은 뒷전’ 비판

정부, 경찰은 물론 국민과 소통 늘리길  

경찰 초유의 집단 반발 사태를 불러왔던 경찰국이 오늘 공식 출범한다. 초대 경찰국장으로 비경찰대 출신을 발탁한 행정안전부는 어제 경찰국 직원 인사를 마쳤다. 3개 과 중 인사지원과와 자치경찰지원과 과장은 경찰, 총괄지원과장은 행안부 출신이 맡게 됐다. 직원 16명 중 12명이 경찰 출신이다.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커진 경찰의 권한을 조율하기 위한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시행령 입법 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줄이는 등 무리수를 뒀다. 이 과정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쿠데타’로 비유한 경찰서장(총경) 회의가 열렸고, 이를 주도했던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의 대기발령과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 중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경찰국 신설을 추진한 쪽이나 반발한 이들 모두 국민의 치안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규모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전체 경찰 회의가 자진 철회되고 내부에서 자중의 목소리가 나온 모습이다. 이상민 장관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경찰국이 신설된 만큼 더욱 내부 갈등 해소와 조직 안정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윤 후보자는 지난달 후보자 신분이 확정됐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 애초 4일 열기로 잠정 합의하고 지난달 28일 행정안전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류삼영 총경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 탓에 인사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오는 5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여야는 8일에야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어제 합의했다. 재송부 기한을 넘기는 것이지만 임명을 강행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결과를 기다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경찰 내부에 경찰국 설치로 인해 수사 활동 등에서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의견이 존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경찰장악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해 경찰국 신설에 대한 법률 검토 등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 여론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중 경찰국 신설(4%)이 새로 등장했다. 경찰국 신설이 문제되지 않고 꼭 필요했다면 그 내용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무엇보다 국민은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원한다. 경각심을 가지고 경찰 조직 내부는 물론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고, 정해진 규정·절차에 부합하는 인사와 조직 운영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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