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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은행 횡령사고에…금감원 ‘명령휴가제’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금융당국이 ‘명령휴가’ 제도를 손질하며 금융사의 내부통제 개선에 나섰다. 우리은행 직원의 690억원대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은행권 사고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여기엔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인과 은행연합회 등도 참여한다. 금감원은 국회 정무위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3대 전략과제(초안)’를 보고했다.

금감원이 마련한 추진계획엔 ‘명령휴가제도 대상의 확대와 강제력 제고’ ‘사고위험 직원의 채무·투자 현황 신고 의무 도입’ ‘자금인출 단계별 통제 강화’ ‘영업점 샘플점검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명령휴가제 강화 방안이 눈에 띈다. 명령휴가제는 금융사가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일정 기간 강제로 휴가를 가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이 기간에 회사는 대상 직원의 금융거래 내역, 업무용 전산기기, 책상 등을 살펴 업무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한다. 사실 명령휴가제를 포함한 내부통제 체계는 2016년 8월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이 법의 행정규칙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등을 통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형식적인 구색만 갖췄을 뿐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실제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피의자인 전모씨는 201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중간에 1년 정도 지점 근무를 한 것을 제외하면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장기근무 해왔다. 이 기간 전모씨는 한 번도 명령휴가 대상이 되지 않아 회사의 업무 적정성 검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동안 명령휴가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명령휴가제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도록 지시하거나 직원에 대한 신용조회를 의무화하도록 강제한다면 위법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은행 내 직무 분리 운영 기준과 내부고발 활성화 방안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채권단 공동자금관리 검증을 의무화하고, 자금인출 단계별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 관련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 추진도 협의한다.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최고경영진의 책임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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