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드 3불’ 계승하라는 중국, 문 정부 때 이면합의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박진

박진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이달 중 방중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한국이 언급했던 ‘사드 3불(不) 입장’을 계승하라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5년째 이어가는 이른바 ‘사드 갑질’에 과연 타당한 근거가 있는지 당시 양국 협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5일 박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드 3불은) 중국과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며 “중국이 한국과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사드 3불은 2017년 10월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를 가리킨다.

이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고, 이는 상호 신뢰와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새로운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묵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외정책에서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건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트위터에 “한국은 이웃의 안전에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3불은 구속력 있는 합의가 아닌 문재인 정부가 밝힌 원칙 정도에 불과한데 중국이 “정권의 연속성”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 3불은 협약도 조약도 아니므로 ‘문재인 정부까지만 유효한 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밝힌 내용은 2017년 10월 31일 당시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함께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문서에 명기됐다. 여기엔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다.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하였다”고만 돼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사드 3불이 ‘약속’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물론, 2017년 11월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 직후 관영 환구시보가 ‘3불 1한(限)’이란 표현을 쓰면서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도 제한하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10월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한·중은 2017년 10월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최종 목표가 사드의 ‘최종 철수’임을 사실상 드러냈다.

정부 내에선 한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중국이 ‘3불 1한’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근거가 뭔지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임 정부 때 양국 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대응 논리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에서 ‘3불 계승 불가’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호 신임 주중대사가 1일 베이징의 주중 대사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중이 서로의 ‘안보 주권’을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