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넉달 내리 무역적자, 하반기가 더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 무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에너지·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이후 넉 달 연속이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계속 흑자를 유지했던 대(對)중국 무역수지도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무역 전선은 더 악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4% 늘어난 607억 달러였다.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역대 7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수입 증가 폭이 훨씬 더 컸다. 1년 새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별 무역수지는 4월(-24억8000만 달러)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1~7월 누적 적자액도 150억2000만 달러(약 19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올 연간 적자 폭이 300억 달러 안팎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132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14년 만에 연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해 7월(97억1000만 달러)의 거의 두 배인 185억 달러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 불안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7월 배럴당 72.93달러에서 올 7월 103.14달러로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년 새 두 배 이상이 됐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것도 수입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산업부는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독일 등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무역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내에 꼭 들여와야 할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수출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어서다.

경제 버팀목 수출도 먹구름 … “정부, 원전·방산 등 대형 수주 국가적 지원을”

올해 들어 수출액 증가율은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다 6월에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인 5.2%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도 9.4%에 그쳤다.

특히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심상치 않다. 7월 대중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6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역성장이다. 대중 무역수지도 5억7000만 달러 적자로 5월(-10억9000만 달러), 6월(-12억1000만 달러)에 이어 석 달째 마이너스다. 석 달 연속 적자는 1992년 8~10월 이후 30년 만이다. 이는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에 그치는 등 경기 둔화가 뚜렷해진 영향이 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반기가 더 걱정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지난달 29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 수출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달 중 수출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 온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주요 업종별 특화 지원 등을 담은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인교 교수는 “무역금융을 늘리고 물류를 안정화하는 맞춤형 기업 지원과 함께 원자력·방위산업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국가적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