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장애인 찐사랑' 현실선...관계 후 만원 주며 "과자 사라"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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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67] “장애인도 나쁜 남자 사랑할 자유” 논란…실제 法 판단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 ‘손잡기는 다음에’에서는 극중 지적 장애인 신혜영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장애인 양정일의 에피소드를 다뤘습니다.

문자 대화방에서 서로를 ‘혜모바’(신혜영 밖에 모르는 바보), ‘양모바’(양정일 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부르고, 관계를 한 다음 날 ‘수주비수주비(수줍어. 수줍어)’라고 달달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그들. 피고인 양정일은 온라인 지적장애 모임에 나가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주장합니다. “지적 장애인을 찐으로(진짜) 사랑했다는 게 그렇게 믿기지가 않는 일이에요?”라고도 항변하죠.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처]

그러나 그에게는 장애인인 신혜영을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해 수백만원에 달하는 데이트비용을 혼자 전부 내게 한 모습도 있습니다. 양정일은 “잘 사는 누나가 연하 남친 데이트 비용 좀 내준 게 범죄에요?”라고 되묻습니다.

피고인 양정일의 변호사인 우영우가 “장애인한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지 않습니까? 사랑이었는지 성폭행이었는지, 판단은 신혜영씨 몫인데 그걸 어머니와 재판부가 대신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라며 법정 증인으로 나서달라고 설득한 대사는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실제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이유 때문이죠.

극중 검사 측 증인인 정신과 의사도 “당시 상황을 신빙성 있게 진술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더라도 악의적인 접근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약하다”고 증언합니다.

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실제 판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특수학교 친구의 소개로 만난 A씨와 B씨. 비장애인인 피고인은 성관계를 거부하는 장애인 피해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등 위계(僞計·거짓으로 계책을 꾸밈)를 사용해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비록 그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수사 과정에서부터 재판까지 “사랑한다. 결혼하고 싶다”고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심지어 피해자가 임신하자 피해자 아버지에게 “결혼하겠다”고 까지 호언장담하죠.

여기서 질문  

법원은 장애인 성폭행 여부를 놓고 이처럼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떻게 판단할까요. 수사와 재판 과정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기도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관련 법률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1항에서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고 심지어 보호가 필요한 대상인데도 이를 되레 본인의 욕망을 충족하는데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보고 엄중하게 가중처벌한다는 취지입니다.

법원 판단은

대법원은 해당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정신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2005도2994)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서초동 안팎에서는 “장애를 이용한 건지, 좋아한 건지는 종합적으로 보면 분명히 다르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적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연구해온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박사)는 “상대를 ‘인간’으로 대하는지, ‘도구화’하는 방식으로 대하는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다른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의 장애 정도 뿐만이 아니라 둘의 관계, 가해자의 행위나 태도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판단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해당 판례에서도 피고인이 “결혼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도 하지 않고 피해자 친구 앞에서 성관계를 하는 등 ‘사랑한다’는 가해자 진술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성범죄 전담 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도 “상대가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었다고 하더라도 할 법한 행동인가도 기소 여부를 판가름 하는 기준 중 하나”며 “외관 상 합의처럼 보이는 관계라 하더라도 관계 후 ‘과자 사먹으라’며 만원을 주는 등 장애인임을 이용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 등이 성폭력과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건을 영화화한 〈도가니〉 포스터.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 등이 성폭력과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건을 영화화한 〈도가니〉 포스터.

또 최근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 정도는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위계나 위력이 있었는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협박이나 폭행 같은 강압이 없더라도 고용자와 피고용자나 시설장과 입소자, 교사와 학생은 물론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가해자가 아버지의 친구 등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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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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