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휴대용 ‘손풍기’ 전자파 위험?…정부 “문제 없어” 시민단체 “최대 322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휴대용 선풍기와 목에 걸고 다니는 목 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최근 찜통더위 속에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끄는 휴대용 제품이라 조사 결과에 관심이 높았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중에 유통 중인 휴대용 목·손 선풍기에 대한 전자파를 측정했더니 모두 인체보호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제품은 목 선풍기 9대와 손 선풍기 11대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휴대용 목·손 선풍기 10종에서 전자파가 30.38~1289mG(밀리가우스) 방출됐다고 주장됐다. 이어 어린이나 청소년 등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G(밀리가우스)는 전자파의 세기 단위를 말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휴대용 목선풍기와 손선풍기의 전자파 문제 조사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자파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휴대용 목선풍기와 손선풍기의 전자파 문제 조사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자파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 특정 연구에서 4mG를 초과하는 전자파 노출에서 소아백혈병 발병 위험도가 그 이하보다 2배 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발암 위험도의 최대 322배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과기부는 “해당 제품의 전자파 수준은 인체보호 기준 대비 37~2.2% 수준으로 인체에 안전하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검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암을 유발하는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한다'고 한 환경단체가 주장한 휴대용 선풍기들이 측정 결과 모두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뉴스1]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검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암을 유발하는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한다'고 한 환경단체가 주장한 휴대용 선풍기들이 측정 결과 모두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뉴스1]

같은 제품 전자파 측정, 다른 결론 왜? 

같은 제품에 대한 전자파를 측정했는데 왜 인체 안전성에 대한 결론은 반대로 나오는 걸까. 과기부는 전자파 측정 기준 및 방법, 해석의 차이라고 밝혔다.

과기부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표준과 동일한 국립전파연구원 측정 기준과 방법으로 휴대용 목·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국제표준에 따른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은 60㎐ 기준 833mG다. 2010년 2000mG로 완화됐지만 우리나라는 833mG를 그대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과기부에 따르면 이 기준은 주파수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휴대용 선풍기 한 대에서도 다수의 주파수가 측정된다. 국제 기준을 맞춘 설비로 이를 측정하면 주파수별 전자파를 측정해 기계가 이를 합산한 후 인체보호 기준 대비 몇%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결과를 보여준다. 시민단체 설명처럼 ‘한 개의 휴대용 선풍기가 30mG의 전자파를 내뿜는다’라는 결과는 정확한 측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우혁 과기부 전파정책국장은 “과기부가 기준으로 삼은 인체보호 기준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백정기 충남대 전파정보통신공학과 명예교수는 “WHO는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해 설정한 인체보호 기준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임의로 낮춰 적용하지 말라는 점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측정 대상 제품과 주파수에 따라 권고하는 기기와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측정 시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mG는 어느 정도의 전자파일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이 단체는 “전자파 만성 노출과 발암 가능성, 국민 건강이라는 달을 가리키니 과기부는 주파수 조사가 중요하다며 손가락을 바라보는 꼴”이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휴대용 선풍기에서 높은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하고, 이에 만성적으로 노출된다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음에도 정부가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과기부는 이 같은 단체의 주장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 명예교수는 “이 단체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4mG는 굉장히 낮은 전자파량으로, 이런 레벨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더라도 인체에 위해하다는 증거가 없고, 4mG는 지구에서 내뿜는 자기에 묻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우혁 전파정책국장은 “전자파 측정 방법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4mG는 대략 무선마우스가 내보내는 전자파 수준”이라며 “국민이 휴대용 손·목 선풍기에 대해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