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도네츠크 "북한과 돈바스 지역 재건사업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2.08.01 17:18

업데이트 2022.08.01 19:01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향해 '강대강 정면승부'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위협 수위를 높여온 북한이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현한 신냉전 구도를 활용해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는 한편, 향후 핵실험 등에서 러시아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돈바스 재건에 주목받는 北 노동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는 최근 북한이 전후 복구와 재건 사업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주택 리모델링 작업을 하는 북한 근로자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주택 리모델링 작업을 하는 북한 근로자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데니스 푸실린 DPR 수장은 지난 21일 러시아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함께 돈바스 지역 재건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빠른 속도로 돈바스 지역을 재건할 것이고 북한 역시 추가적인 재원 마련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바스 재건에서) 상호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을 것"이라면서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도록 지시했고 북한과 상당히 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실린의 이런 발언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지난 18일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돈바스 지역의) 파괴된 기간·산업 시설을 복구하는 과제 해결에서 아주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뒤 나왔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해외 노동자 파견이 금지되면서 주요한 외화벌이 창구가 막힌 상황이다. 북한 당국은 제재 이전까지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해외로 보내 매년 약 5억 달러(약 6500억원)에 이르는 외화를 평양으로 조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북한이 돈바스 지역에 노동자 파견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실험 앞둔 北 '뒷배' 챙기기 지적도

북한은 지난달 13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세운 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3월 2일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가 벌어졌는데, 북한은 반대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의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의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 AFP=연합뉴스

이를 두고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행동에 앞서 '뒷배'인 러시아 챙기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상황을 호기로 보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의 관심과 힘을 분산시키는 측면에서 북한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DPR 정부의 수장인 푸실린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됐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관영 RIA 통신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재 DPR 대표부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푸실린의 방북설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해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대면 외교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적으로 비중이 있는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친러시아 국가에 노동자를 보내 외화벌이에 나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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