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진 방중 앞두고 불거진 '사드 3불'...5년 전 진실 파악 필요 목소리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달 중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중이 추진되는 가운데, 중국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한국이 밝혔던 '사드 3불(不) 입장'을 계승하라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이른바 '사드 갑질'을 5년째 이어가는 타당한 근거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당시 양국 간 협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미군이 2017년 9월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주한미군이 2017년 9월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3불 계승' 선 긋자 반발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5일 박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사드 3불은) 중국과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며 "중국이 한국과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사드 3불은 2017년 10월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밝힌 세 가지 불가 사항을 뜻한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고, 이는 상호 신뢰와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새로운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묵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외정책에서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건 마땅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같은 날 트위터에 "한국은 이웃의 안전에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이튿날 "사드 3불은 상호 신뢰에 핵심이므로 한국의 정권 교체에도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는 기사를 실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협의 결과, 입장 불과한데…

이와 관련, 3불은 구속력 있는 합의가 아닌 문재인 정부가 표명했던 원칙 정도에 불과한데 중국이 "정권의 연속성"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율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 3불은 협약도 조약도 아니므로 '문재인 정부까지만 유효한 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31일 당시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만나 함께 발표한 내용은 '한ㆍ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문서로 배포한 게 전부다. 당시 협의 결과문에는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다.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하였다"고만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사드 3불이 '약속'이었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면서, 이미 국내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도 제한하라는 '1한(限)'까지 들고 나왔다. 2017년 11월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3불 1한'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이에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중국이 1한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5년 전 협의 진실 뭔지 밝혀야"

중국은 2020년 10월에도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ㆍ중은 2017년 10월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phased settlement)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중국의 최종 목표는 사드 운용 제한을 넘어 '최종 철거'라고 대놓고 밝힌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1한' 자체를 부정하면서도 실제로 5년 내내 사드를 임시 배치 상태로 두며 정상화를 미뤄와, 사실상 1한을 알아서 유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정부 내에선 한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믿을 구석이라도 있는 듯 '3불 1한'을 당당히 내미는 근거가 뭔지 파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임 정부 당시 양국 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신 정부의 대응 논리가 보다 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10월 31일) 합의에 관여한 당사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도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2017년 3월 경기도 미 공군 오산기지에 도착한 C-17 수송기에서 사드 미사일 발사대를 하적하는 모습. [사진 주한미군]

2017년 3월 경기도 미 공군 오산기지에 도착한 C-17 수송기에서 사드 미사일 발사대를 하적하는 모습. [사진 주한미군]

"안보 입장, 충분히 조정 가능"

이런 가운데 정재호 신임 주중대사는 1일 베이징의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ㆍ중이 서로의 '안보 주권'을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며 "상호 존중의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요구가 노골화하기 전 우회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선 한 발 물러났지만 기존에 배치된 사드만큼은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이번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3불 계승 불가'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당시 중국의 심기 경호를 위해 사드 배치 관련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다 전격 배치로 입장을 급선회해 반발의 빌미를 주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중국은 사드 이슈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미 경사 기조를 견제할 뿐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미국까지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이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사드 3불은 양국 간 이견을 '봉인'된 상태로 두기로 했던 '입장'에 불과하며,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부가 바뀌는 과정에서 특히 안보 문제같은 중대 사안에 대한 대외적 입장이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내며 후방 지원을 하고 있다. 사드는 어디까지나 한ㆍ미 동맹 차원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이 개입할 근거는 없다는 메시지다. 마틴 메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향후 사드 배치와 관한 어떠한 결정도 한미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