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까르푸도 '에너지 불똥'...생선 얼음 녹을때까지 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1 16:24

업데이트 2022.08.01 16:48

‘닭고기 구이는 한시간 일찍 만들고, 생선 보관용 얼음은 녹을 때까지 쓸 것. 영업시간 매장 조명은 30% 어둡게 조절, 영업 후엔 간판 조명을 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전역에 17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최대 수퍼마켓 체인 까르푸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에너지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프랑스 송전공사(RTE)와 에너지 절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낭트 인근에 위치한 까르푸 마켓 앞에서 한 고객이 쇼핑 카트를 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낭트 인근에 위치한 까르푸 마켓 앞에서 한 고객이 쇼핑 카트를 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이미 (유럽 국가에) 가스 공급 중단을 시작했다”며 “프랑스는 러시아산 가스가 없어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기업·가정·정부 기관의 전반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프랑스 정부는 까르푸와 같이 전력 사용량이 낮은 판매·서비스업을 에너지 효율화 정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이번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들 업체까지 동참시켜 ‘에너지 마른수건 짜기’에 나섰다.

프랑스의 분야별 에너지 소비율은 교통(30%)·주거용 건물(30%)이 가장 높고, 제조업이나 중공업 등 1·2차 산업(20%)이 두번째다. 까르푸와 같은 소매·서비스업(16%), 농업(4%)의 에너지 소비율은 비교적 낮다.

까르푸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하루 중 전력 소모가 가장 큰 피크타임대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에 역점을 뒀다. 이에 대해 FT는 ‘미세 조정을 통한 피크타임의 전력 사용을 분산’하는 것으로, 자동차·항공우주·화학제조업 등에서 정부의 재정적 보상을 대가로 대규모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까르푸는 기존 오전 8시에 실시하던 매장의 닭고기 구이 시간을 7시로 한 시간 앞당기고, 생선 전시에 사용하는 얼음을 최대한 이른 시간에 매장에 비치한 뒤 냉장고를 켜는 방식으로 냉장고 전력 사용량을 낮추기로 했다. 또 생선과 함께 전시했던 얼음을 기존에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 일부러 녹였지만, 앞으로는 자연히 녹을 때까지 계속 사용한다.

얼음에 파묻혀 가게에 진열된 생선들. [로이터=연합뉴스]

얼음에 파묻혀 가게에 진열된 생선들. [로이터=연합뉴스]

버틀랭 스위더스키 까르푸 지속가능담당 이사는 “닭구이 시간을 한시간 당기는 게 까르푸 경영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RTE는 이런 작은 조정이 피크타임 에너지 사용 분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면서 “올겨울 전력난에 대비하려면 이런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까르푸를 포함해 오샹·르끌레흐·리들·모노프릭스 등 11개의 대형 식품업체와 쇼핑몰이 가입된 단체인 페리펨(Perifem) 연합도 정부 방침에 발맞춰 오는 10월부터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한다. 페리펨은 겨울철 실내 난방 온도 지침을 기존 19℃에서 17℃로 내렸고, 매장 조도는 영업시간엔 30%, 영업 외 시간에는 50%씩 낮췄다. 또 영업이 끝나면 간판 조명을 즉각 소등한다. 현재는 문을 닫은 뒤 1시간 동안은 간판 조명을 켜두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팔 엘리제궁에 도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팔 엘리제궁에 도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프랑스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는 17% 정도로 독일(60%), 이탈리아(40%)보다는 현저히 낮지만, 최근 노후 원자로 유지·보수 등으로 전력난이 예상보다 가중돼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이 불러올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조달처를 노르웨이·알제리·미국 등으로 다원화하고 가스 비축량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엘리제궁에서 만난 뒤 성명을 통해 “유럽 국가를 위한 에너지 공급 다양화 방안 마련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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