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에 놀란 한 총리, 박순애에게 전화해 "의견 경청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2.08.01 16:14

업데이트 2022.08.01 18:45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살 하향하는 학제개편안과 관련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실 간부회의 뒤 박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해 이같이 밝히며 “아이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과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의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3일 만에 총리가 보완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러 경로로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1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게 학제개편안과 관련해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1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게 학제개편안과 관련해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연합뉴스]

맘카페 여론까지 살펴, 총리실 “원점 재검토는 아냐”

총리실은 한 총리의 지시와 관련해 “학제개편안을 원전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과 국민에게 오해를 풀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도 이날 박 부총리에게 “당초 발표한 바와 같이”라는 전제에서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을 빠짐없이 듣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소상하게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당장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정책 자체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필요성이 거론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업무보고 후 관련 정책이 공개된 뒤 야당과 시민사회뿐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사교육과 돌봄 부담이 커진다”“협의 없이 일방통행을 한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에 총리실에선 맘카페 여론까지 샅샅이 살펴 사안의 심각성을 한 총리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 부총리에게 학제개편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 부총리에게 학제개편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대통령실 ]

학제개편안과 관련해 단순히 ‘오해’라고 하기엔 정부의 정책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표부터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갑작스러웠다.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구체적 입학 시기와 방법 등을 거론하며 ‘추진’이란 단어를 사용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신속 방안 강구”와 같이 속도전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학제 개편을 하려면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숙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제 개편은 돌봄이란 보육의 문제 및 유아교육과 긴밀히 연관된 사안”이라며 “박 부총리의 발표가 너무 성급했다”고 말했다.

野 "대통령실 이전처럼 졸속추진 반대”

야당에선  “졸속 추진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의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처럼 민심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할 일은 결코 아니다”고 꼬집었다. 당대표에 출마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면 일선 학교 현장과 가정의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날 선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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