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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입 늘고, 대중 수출 감소…14년 만의 무역수지 네달 연속 적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 부산 남구 용당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부산 남구 용당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국내 수출입 곳곳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넉 달째 이어졌다. 4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간 계속 흑자를 유지했던 대(對)중국 무역수지도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한국의 무역 전선은 더 악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4% 늘어난 607억 달러였다.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역대 7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수입 증가 폭이 훨씬 더 컸다. 1년 새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별 무역수지는 4월(-24억8000만 달러)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1~7월 누적 적자액도 150억2000만 달러(약 19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올 연간 적자 폭이 300억 달러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적자를 본 해는 2008년(-132억7000만 달러)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기엔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해 7월(97억1000만 달러)의 거의 두배인 185억 달러에 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 불안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7월 배럴당 72.93달러에서 올 7월 103.14달러로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년 새 두 배 이상이 됐다. 더운 여름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것도 수입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으로 월별 전체 수입액은 3월부터 다섯 달 연속 600억 달러대를 지키고 있다. 다만 산업부는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독일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무역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내에 꼭 들여와야 할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경제 버팀목인 수출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수출액 증가율은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다 6월 5.2%, 7월 9.4% 등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특히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심상치 않다. 7월 대중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6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역성장이다. 반도체 수출은 늘었지만 무선통신·컴퓨터 등의 수출은 감소했다. 대중 무역수지도 5억7000만 달러 적자로 5월(-10억9000만 달러), 6월(-12억1000만 달러)에 이어 석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적자는 1992년 8~10월 이후 30년 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에 그치는 등 경기 둔화가 뚜렷해진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조치로 생산·물류·소비 등이 타격을 받았다. 앞으로 추가 봉쇄가 이뤄지면 'L자형' 장기 침체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한국은행 보고서도 나왔다.

이날 통계청에서 발표한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에서도 중국 내수 침체의 여파가 드러난다.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 금액은 506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58.6%나 감소했다.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의 감소 폭이 컸다. 3471억원으로 지난해(1조149억원)의 3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 이민경 서비스업동향과장은 "봉쇄 조치 여파로 중국 내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소비재인 화장품,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걱정은 앞으로다. 각국의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수출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 성병묵 차장 팀은 지난주 '글로벌 경기둔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우리 수출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연말까지 수출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거라 기대하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른 수요 위축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는 건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무역수지 적자가 쌓여가는 위기 속에 정부는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이 성장세를 유지하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달 중 수출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담은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인교 교수는 “수출 시장은 안 좋고, 수입도 에너지 등을 계속 들여올 수밖에 없으니 양쪽 모두 전망이 어둡다”며 “무역금융을 늘리고 물류를 안정화하는 맞춤형 기업 지원과 함께, 원전ㆍ방산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국가적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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