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SJ "미국, 이란산 석유 우회 수입한 기업에 제재 검토"

중앙일보

입력

2019년 시리아 제재 위반으로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군에 나포된 이란 유조선. WSJ는 미 행정부가 제재 대상인 이란 석유를 수입한 일부 기업에 대해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2019년 시리아 제재 위반으로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군에 나포된 이란 유조선. WSJ는 미 행정부가 제재 대상인 이란 석유를 수입한 일부 기업에 대해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가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 의혹을 받는 기업에 대해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런 조처를 추진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WSJ가 입수한 문서와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이 조사 중인 몇몇 기업과 개인은 이란과 이라크 사이 해상에서 이란산 원유를 은밀히 선적한 뒤 출처를 속이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다.

불법으로 선적돼 이라크산과 뒤섞인 이란 석유는 대부분 아시아로 흘러 들어갔지만, 엑손모빌과 셸 등 서방의 에너지 대기업도 거래에 관여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 기업은 '혼합유'를 취급하는 회사와 거래하거나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 단, 이들 기업이 의도적으로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대해 셸은 이런 관행이 화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는 모든 국제법과 무역 통제, 제재를 준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미국 관리는 이라크 출신 영국인 기업가 살림 아흐메드 사이드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들은 사이드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원유 수송기업 AISSOT가 이란 석유 수출을 돕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사이드는 WSJ에 "나는 AISSOT 소유주가 아니다"며 "내가 소유한 회사는 제재를 위반해 이란 원유를 수송하지 않았다. 이라크와 거래는 합법적이었다"고 말했다. AISSOT는 이라크 국영 유조선 기업과 걸프 주요국이 소유한 해양 석유수송 기업의 합작사다.

미국이 검토 중인 이번 제재는 최근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 관리는 "이란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핵 합의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이런 조처는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초 미국은 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후 이란 석유를 밀수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 두 차례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고 WSJ는 미국 전·현직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서방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로 촉발한 인플레이션에 더해 이란 석유 관련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는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질의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보류하고 있다는 추측은 모두 거짓"이라고 답했다고 WSJ는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